<33> '산상변모주일'의 간략한 역사와 개혁전통의 입장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8월 31일(월) 16:27
▲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있는 한 수도원에서 주님의 산상변모 사건을 기념하는 예배 모습.

제자들과 함께 높은 산에 오르신 후 갑자기 예수님의 얼굴이 해같이 빛났고 그 옷은 빛처럼 희어졌다는 공관복음서들(마태 17:1~9, 마가 9:2~8, 누가 9:28~36)의 증언은 너무도 드라마틱해서 오히려 예배와 설교 속에서 그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공관복음서 모두가 증언하는 이 사건을 예배 속으로 가져오려는 역사적인 노력들이 많이 있었고, 20세기 예배회복운동에 이르러서는 더욱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산상변모주일을 폐지하였던 개혁 전통에서도 적극적으로 성서정과에 반영하고 있는 추세이다.

베드로 후서 1장에서도 베드로가 자신이 직접 그 변형의 순간을 목격했다고 증언할 정도로 이것은 중요한 사건이다. 성경에 따르면 산상변모의 순간에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이 예수님이 세례를 받을 때에 하셨던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말씀과 동일한데, 이는 세상의 죄를 짊어지고 가기 위한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정체성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함이다. 신적권위를 부여받은 자로서의 정체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법과 예언을 완성하신 분으로 인정되기 시작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 사건을 예수님 자신에게 일어난 "가장 위대한 기적"이라고 말하며, 이것은 천국에서의 완벽한 삶을 보여주는 것이라고까지 하였다.

기독교 초기 교부들도 이 사건을 중요하게 다루었는데, 오리겐은 이 사건을 목격했던 제자들이 부활 이후에야 증언했듯이 반드시 부활과 관련하여 그 빛 안에서 이해되어야함을 강조하였다. 4세기 사막의 교부들은 금욕적인 경건훈련을 잘 마치면 예수님의 산상변모 당시의 빛처럼 우리도 그 빛을 받을 것이라 했는데, 이러한 사상이 비잔틴의 경건과 신비에 대한 이해에 영향을 미쳤다. 13세기 후반, 동방교회는 고린도후서 3장 18절이 말하는 "성도들의 변모"가 하나님을 아는 참 지식을 통한 영적변화라고 설명하면서 예배와 설교의 자리에서 이 '변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메시지를 찾아내어 강조해왔다.

현재 대부분의 기독교 교단들이 주님의 산상변모 사건을 기념하고 있는데, 그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9세기에 이미 다양한 형태로 예배 속에서 기념되었고 15세기 서방교회의 교황 카릭스투스 3세가 8월 6일을 그 기념일로 정한 이후로 지금까지 로마 가톨릭과 성공회, 시리아 정교회와 인도 정교회 등이 이 날을 변모주일로 기념하여 예배드리고 있다.

비록 칼빈주의자들이 주님의 변모주일을 없애기도 했지만 그것은 산상변모 사건과 그 의의 자체를 무시했던 것은 아니었다. 세월이 흘러 현재 대부분의 개신교 교회들이 그들의 교회력에 이 날들을 포함하며 예배 속에서 기념하고 있는데, 그 날짜가 주현절 후 마지막 주일이자 재의 수요일 바로 직전 주일에 놓이게 된다.

예배실의 환경은 주님의 영광의 광채를 반영하는 것이면 더욱 좋고, 이 날의 예전 색상은 흰색이다. 성탄절과 주현절을 보내는 동안 인간 예수에게 집중되었던 것이, 세상의 죄를 짊어지기 위해 신적 권능을 입으신 예수님에게 더 초점을 맞춘다. 이렇게 산상변모주일은 본격적인 사순절과 부활절 행보를 위한 준비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드라마적인 구성이 설교는 물론 기도나 찬양 등의 예배의 다른 요소들 속에서도 표현될 필요가 있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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