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있는 지도력이란

[ 기자수첩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5년 08월 31일(월) 13:47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근 진행된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선교지도자회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자리에는 WEA는 물론이고 세계교회협의회(WCC) 선교 관계자들도 참여해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논의가 진행되던 중 느닷없이 WEA 대표들이 2013년 부산에서 열렸던 WCC 총회 때 한국의 일부 복음주의 그룹이 WCC 총회를 방해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회개기도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실 이 일은 현장에 있던 WCC 관계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WEA와 WCC는 오랜 세월 협력해 왔고 2011년 6월 28일엔 WCC와 WEA를 비롯해서 교황청 종교간 대화위원회가 함께 기독교가 세계선교에 대해 가져야 할 원칙을 담은 행동강령을 공동으로 발표하는 등 세계선교를 위한 끈끈한 파트너십을 가져왔던 만큼 '이심전심', 굳이 사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회개기도는 WCC 부산총회 이후 한국교계에서 WCC는 물론이고 에큐메니칼 운동 전반에 대한 공격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었다. 현재 일부 한국교회의 행태는 1959년 대전중앙교회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제44회 정기총회 시 에큐메니칼권과 비에큐메니칼권으로 갈려 싸우다 교단 분립을 선택하고만 그 당시의 분위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어 보일 정도이니 국제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사과는 '신선'한다 못해 '충격'적이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선교지도자회의에 참여했던 WCC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 금주섭 목사는 자신

의 페이스북에 복음주의교회를 대표한 지도자들의 행동을 '지도력의 순수성'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복음주의 운동의 편협성에 대해 복음주의권 지도자들이 사고하고 간절한 회개 기도를 드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어도 대신해 사과하는 게 세계교회 지도자들의 수준이다. 교세의 급격한 성장이라는 성공신화만을 붙들고 나와 다른 모두를 배척하려는 일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겸허히 살펴야 할 '격조있는 지도력'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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