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 없는 제100회 총회, 갱신의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자

[ 주필칼럼 ] 주필칼럼

이홍정 목사
2015년 08월 31일(월) 10:30

2015년 제100회 총회를 앞두고 진행 중인 교단 부총회장 선거는, 공식적인 선거과정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금권선거 없는 깨끗한 총회 원년'으로 기록될 만큼 새로운 갱신의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향한 여정 속에 한국교회가 민족공동체를 이끄는 교회로 갱신되기를 희망하는 후보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해온 선교목회의 여정을 대변하듯 금권선거 척결을 주창하는 또 다른 후보가,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유혹'을 뿌리치고 헌신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과 결합되어, 근래에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선거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선거는 우리 모두가 함께 역할을 달리하며 참여하는 공동의 경주일진대, 무엇보다도 감사한 것은 총대들이 금권선거 근절을 위한 후보들의 결의와 선거관리위원회의 헌신에 크게 동의하며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4년 8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교계에 만연한 금권선거 풍토를 쇄신하기 위해 '교단선거법 개정안'을 연구 발의하며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0%의 응답자가 각 교단의 임원선거가 깨끗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문응답자들은 불법선거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와 함께 부정선거 행위에 대해 당선무효를 포함한 처벌 강화와 후보 검증 강화 등의 필요를 강조하였다. 제안된 '교단선거법 개정안'은 기부행위 및 매수금지, 후보자 매수금지, 답례금지 등을 포함한 선거운동에 대한 각종 규제 조항을 통해 불법선거의 내용을 명확히 하였고, 선거운동 규제 위반 시에 당선무효와 피선거권 제한 등의 조치와 이에 대한 실제적인 집행방안을 제안하였으며, 선거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비용의 개인부담원칙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중립성 보장과 신고자에 대한 관리 방안을 제시하였다. 법이 현실의 상황과 필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때, '교단선거법개정안'은 오늘의 한국교회의 선거문화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지난 수십 년 간 역대 총회장선거에 관여해온 소위 '선거꾼'들이 늘어놓는 선거 뒷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듣고 있자면, 우리가 과연 그리스도의 몸 된 하나님의 백성공동체인가를 되묻게 된다. 총회장의 뜻을 세우고 10여 년을 공들이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총회장 이후 사역에 이르기까지, 금권선거가 한국교회의 근본을 흔들며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의 악순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후보들이 오랜 세월 어떻게 선거발판을 마련하며, 고액의 선거자금은 어떤 경로를 통해 마련되고, 그것이 총회장 이후의 목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선거브로커들이 어떻게 자금을 배분하며, 총대들이 어떻게 금권선거의 사슬에 엮이며, 선거 막판에 어떻게 돈의 힘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금권부정선거를 빌미로 삼아 선거 후에 브로커들이 어떻게 역으로 총회장을 압박하며 자리 분배와 의사결정과정에 개입하는지, 당선 후에 당사자들은 과도하게 지출된 선거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임원조각 과정에서부터 재임 기간 이후에 이르기까지 해외출장을 포함하여 어떻게 활동하는지,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어떻게 교단을 혈연, 지연, 학연 등에 따라 정치조직화하고 비도덕화해 나가는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수고하는 뜻있는 많은 교회지도자들이 왜 총회를 향해 등을 돌리게 되는지가 그들의 이야기 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맘몬의 사슬에 묶여 하나님의 돈을 훔치며 신앙양심을 '매매'하므로 하나님의 의와 화평의 정원을 훼파하는 '여우'들로부터, 우리의 지도자들을 보호하고 하나님의 거룩한 터를 지켜내야만 한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이 순교로 이어졌던 초대교회시대의 감독의 자리는 특정인이 구성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운동을 하여 얻는 자리가 아니라, '기독교신앙비상결사체'의 수난의 종으로 소명에 응답하며 순교의 자리로 나아가는 멍에를 지는 자리였다.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고 서구기독교왕국이 건설되면서, 감독의 자리는 돈과 권력과 명예를 누리는 '신'의 자리로 전락했다. 종교개혁 이후 서구기독교왕국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그 신화는 맘몬의 우상을 정점으로 섬기는 '세계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왕국' 속에 계승되어, 기독교의 신앙의 터를 근본에서부터 흔들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 제100회 총회를 불과 10여 일 남겨두고, 맘몬의 유혹은 우리의 지도자의 선출을 성직매매로 전락시키려 할 것이다. 1500명 총대와 300만 성도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맘몬과의 영적 전쟁에 순교적 결사각오로 임하므로, 맘몬이 아니라 하나님이 역사와 교회의 주인임을 만민에게 선포하자.

이홍정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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