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주현절 후의 주일들과 주님의 수세 주일, 어떤 원리로 정해졌을까?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8월 26일(수) 17:34
▲ 그리스 데살로니카 지역의 한 교회건물 천정 벽화(5세기). 예수님이 세례요한에게 세례 받으실 때 하늘에서 성령이 내려오심으로 하나님의 아들임을 확인하는 것을 표현.

교회주보의 날짜표기 부분에 '주현절 후 ○째 주일'이라는 것을 보면 주현절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주현절을 기준으로 주일들을 표기한 것은 그리 오래된 전통이 아니다. 주현절에 대한 재조명이 20세기에 활발해지면서 새롭게 생겨난 전통이다.

주현절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개신교 진영에서 이러한 표기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다. 그리하여 사순절이 시작되기 직전의 산상변모주일까지 주현절 후에 적게는 4번, 많게는 9번의 주일이 있다. 이러한 차이는 부활절 날짜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20세기 이전에는 특별한 명칭이 없던 주일들이 주현절의 강조와 함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성탄주기가 아기 예수의 탄생과 그 정체성에 강조를 두었다면, 주현절 이후의 주일들은 이 땅에서 행하셨던 예수님의 가르침에 더 큰 초점을 두면서 주님의 사역, 특히 선교사역을 더 강조한다.

따라서 주현절 후의 주일들을 위해 예수님의 사역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다양한 선교적 이미지들이 담긴 성경본문들이 채택된다. 이 기간 동안 성공회나 루터교 등의 개신교회들은 세계선교를 많이 강조하는데, 예수님의 다양한 사역에 근거하여 복음증거로서의 선교는 물론 사회적 정의와 화해를 구하는 사역까지 포함한 보다 폭 넓은 선교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기간동안 강한 선교의 메시지와 함께 다른 나라의 전통가락으로 된 찬송이나 노래들을 부르며 선교정신을 고취시키기도 한다.

주현절 후 첫째 주일은 예수님께서 요단강에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데, 주현절 후 첫째 주일이라 하지 않고 주님의 수세주일이라고 부른다. 지난 호에서 말했듯이 원래 주님의 세례는 주현절 설교내용에 해당하는데, 동방박사들의 이야기와 가나의 혼인잔치를 주현절에 함께 다루면서 주님의 세례 이야기가 동박박사들과 결혼식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에 가려져 재대로된 조명을 받지 못하자 주현절 직후의 주일을 별도로 구분하여 주님의 수세주일로 정했던 것이다. 이처럼 주님의 수세주일은 예수님께 세례를 받으심의 신학적 의미를 강조하고자 하는 염원에서 파생된 새로운 교회력이다.

주님의 세례는 동방정교회, 로마가톨릭, 성공회, 루터교, 장로교 등에서 모두 강조해왔는데, 1955년 로마 가톨릭이 주현절 후 첫째 주일을 주님의 수세주일로 정하면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편 동방정교회는 아직도 주님의 세례를 1월 6일 주현절에 그대로 기념하고 있는데, 이는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를 성탄절 성경읽기에 배치시켰기 때문에 주현절에는 주님의 세례 사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님의 수세주일은 부활절과 오순절에 이어 세례를 베풀기에 적절한 주일로 여겨지며, 많은 교회들이 이때 유아세례를 베풀기도 한다. 주현절 이후의 주일들을 위한 교회력 색상은 초록색이지만 주님의 수세주일은 흰색을 사용한다. 이처럼 주현절 후의 주일들, 특히 주님의 수세주일의 제정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교회력의 회복을 위한 염원의 또 하나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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