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천장은 누가 뚫을 것인가?

[ 논단 ] 주간논단

이윤희 목사
2015년 08월 26일(수) 13:55

영국의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유리 천장' 지수를 점수로 환산했다('유리 천장'은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장 내 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 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경제학 용어). 남녀 임금 격차, 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했는데 한국은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꼴찌인 28위를 기록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는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율, 남녀 임금 격차, 출산휴가 기간 등 전체 영역에서 아주 고르게 점수가 낮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최고점을 받은 항목은 '평균임금에서 순 보육비 부문'이었는데,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을 무상 의무교육 덕분으로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성 평등 보고서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한데, 우리나라는 국가별 성 평등 순위에서 조사 대상 142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117위를 기록했고, 이것은 2013년보다 무려 6계단이나 떨어진 순위이며, 2010년 이후부터 계속 내리막길로 치닫는 대한민국의 여성 차별 현실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반면, 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32만의 인구에 남한과 비슷한 크기의 면적을 소유한 국가인데,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양성평등 국가 1위를 6년이나 연속으로 차지하면서 전 세계에 모델 국가로 유명하다. 양성평등을 위해 아이슬란드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아이슬란드도 80년대까지는 남녀 불평등이 너무 심해서 여성들의 정치파워를 증대시킬 수 있는 중대 결단이 필요했고 남녀 비율을 동등하게 하려는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그래서 실질적인 여성할당제를 도입했다고 한다. 그 결과 세계 평균비율인 22%를 뛰어넘어 아이슬란드의 여성의원 비율은 40%가 되었고, 여성의원의 증가는 곧 여성장관의 증가로 이어져서 현재 10명의 장관 가운데 4명이 여성이고,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40% 이상의 여성장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양성평등의 또 다른 중요 척도는 여성들의 경제참여 수준인데, 아이슬란드의 경우 여성의 취업률은 7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2013년, 모든 기업의 이사진 가운데 40%는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강제할당제를 법제화했다.
 
법으로 먼저 규정하고 이끌어 가니까, 의식도 달라지고, 실재적인 상황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필자가 여성총대와 관련한 이슈에서 할당제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여장로의 숫자도 많지 않고 총회의 역사에 비하면 여성안수의 역사가 20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로된 연수가 오래된 사람을 총대로 보내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여성장로가 교단총회에 총대로 갈 수 있는 길이 요원하다. 여성목사의 경우는 더욱 열악하다. 그러니, 여성총대를 총회 자리에 남성과 같이 앉게 하려면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배려를 해서라도 여성총대가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우리에게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교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지금도 많은 일들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의사결정구조에 여성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 있나 살펴보기 바란다. 유독 여성총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총회의 최고 의결기관이기 때문이다. 양성평등 최저 수준인 대한민국에서 그 어느 단체보다 더욱 양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교회와 교단 총회를 보며 유리천장을 떠올린 것은 무리일까?
 
유리천장을 없애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래에서 깨부수던지, 위에서 들어올리든지, 혹 다른 방법이 있을까?
 
아래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며 유리를 깨려면 그 파편이 얼굴로 쏟아져 내릴 것이나 혹여라도 위에서 들어올려 준다면 다치는 사람없이 수월할 것 같다. 균형성장, 동반성장,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총회라면, 그리고 여성을 교회 안의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여성총대 증원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렇게 할 때가 되었다.

이윤희 목사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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