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장르의 소통ㆍ포용 중요, 그러나 찬양의 본질 '하나님' 잊어선 안돼

[ 문화 ] 몸이 들썩들썩 … 클럽음악 EDM 찬양 '논란'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08월 25일(화) 15:58
   

1992년 4월, M 방송사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를 부르며 첫 데뷔 무대를 가졌다. tls인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역대 최하위 점수를 받으며 조롱거리가 됐다.

하지만 그들의 앨범은 미친듯 팔려나갔고 각종 프로그램을 섭렵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패션은 전국을 휩쓸었다. 일부는 한국 가요계의 역사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지난 7월 14일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열린 'IVF전국리더대회'개막식에서 DJ로 활동하는 한진호 씨가 'EDM찬양'을 선보이며 큰 이슈를 모았다. EDM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으로 '클럽에서 사람들을 뛰게 하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DJ의 도구로 만드는 음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EDM은 신나게 몸을 들썩이며 춤을 출 수 있도록 해주는 '클럽음악'인 것이다.

이날 공개된 EDM 찬양은 공예배에서 연주된 것은 아니었지만 "예배가 클럽이냐"는 비난을 비켜가지 못했고, 결국 IVF 측에서 사과문을 통해 우려와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학생들의 60%이상이 공연을 환영했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한국교회가 보수적인 잣대로 기독교 음악의 발전을 저해하는 구태의연한 태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마치 초기 CCM이 성경적인지 아닌지,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과 지금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찬양사역자 강훈 목사는 "처음에는 특정 악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시작하더니 점점 장르적인 편식으로 확대됐다"면서 "최근에는 EDM이라는 급진적인 장르에 대한 논쟁을 넘어서 CCM자체가 교회를 망가뜨린 주범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세상 모든 만물들아 찬양하라 하셨는데 형식과 도구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청년들의 외침에 교회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락 힙합 댄스 트로트 EDM 등 대중문화의 트렌드가 교회음악과 접목되어 그들만의 젊음과 끼로 새 문화를 만들어간다는데 그들의 열정을 그저 '가벼움'으로 치부하는 기성세대의 못된 심보로 마무리지어야 할까.

마치 20여 년 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열풍을 짐작하지 못했던 '어른'들처럼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새로운 복음의 활로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부정해야 할까.

장신대 성석환 교수(기독교와문화)는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가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의 문제에 대한  신앙적  고백이나 응답이 담긴 노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천편일률적인 개인적 고민과 신앙에 대한 것이 아닌 "좀 더 공동체적이고 사회적인 문제,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민에 대한 메시지에 집중한다면 형식은 문제가 아니다"면서 "형식을 통해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태지와 아이들'에게 대중들이 열광했던 것은 당시 20대의 눈으로 본 사회적 문제를 가사로 옮기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동시대의 분노와 아픔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문화의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내며 세대와의 소통을 이끌어 갔던 '서태지~'에 열광했던 것이 그가 매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시도했던 음악적 장르의 변화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예배가 예배다울 수 있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회중에 있어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장르의 차이가 아니라 갈급함의 차이"라는 강훈 목사는 "표현하는 방식과 소통의 틀이 다른 것 뿐이지 다음세대들은 클럽에서의 워십을 통해 예배하고 하나님과 새롭게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신대 교회음악과 이상일 교수도 교회음악의 다양한 장르에 대해 소통과 포용을 강조했다. "새로운 장르를 연주하는 리더는 이 낯섦에 마음이 불편한 회중은 없는지 유념해야 하며 회중은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이렇게도 찬양할 수 있구나'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방법이든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찬양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찬양이 좋은 건지 음악이 좋은건지 구분하기 힘들다"면서 "그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하나님이 좋아서일까? 음악이 좋아서일까? 은혜 때문일까? 기분에 취해서 일까? 자문하게 된다"고 했다.

예배와 찬양의 본질에 대해 나의 기쁨과 나의 만족보다는 '하나님께 영광'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이 교수는 "교회음악의 다양성에 거부감이 들기보다는 음악이 우상이 되어 결국 취향을 문제로 싸움이 될 것 같아 우려가 된다"면서 "교회음악이 하나님보다 리더(DJ)에게 집중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찬양리더는 회중의 찬양을 돕는자일 뿐 드러나는 자가 아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디제이 워십리더로 활동하는 한진호 씨는 "한국교회에는 낯선 문화지만 이미 20~30대는 익숙하다. 생소한 문화가 아니다. 교회가 편견이 아닌 문화의 다양성으로 지켜봐 달라"면서 "해외에서는 이미 EDM을 CCM에 활용하고 있다. 교회음악의 다양성으로 생각해달라"고 부탁했다.

한국 힙합 DJ의 거목으로 주목받으며 청소년 복음사역을 하는 디제이 렉스는 "하나님이 주신 문화를 복음의 본질을 전하는 데 쓰는 것이다. 복음의 본질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 비보잉 음악 등의 도구가 필요한 것이다. 음악은 그저 어린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활용하는 도구이지 그것이 우선이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답을 알 수 없는 '교회음악'의 경계와 비경계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과격하고 낯선 음악적 장르가 교회에 나타날 때마다 이를 예배에 수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논쟁보다는 새로운 장르에 대해 가장 예배적이고 교회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할 때다.

문화적 파급력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준비된 사역자와 준비된 회중과의 간격이 멀지 않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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