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담화'와 죄의식의 문제

[ 사설 ]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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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7일(월) 17:36

종전 70주년을 맞이하여 이른바 아베 담화가 발표되었다. 이 담화에 대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세계가 주목하였지만 결과는 싱겁기 짝이 없다.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주변국과 온전한 화해가 이뤄질만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우리나라 청와대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은 아베 담화만큼이나 모호한 방식으로 비판도하고 수용도 하면서 현실정치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에겐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이해함에 있어 문화적인 시각 혹은 영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일찍이 루스 베네딕트 여사는 '국화와 칼'이라는 심오한 저서를 통해 국화와 칼이 상징하는 일본의 이중성을 간파한 바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서구의 죄의식 문화와 일본의 수치의 문화를 대비하여 논의하였다. 섬나라 안에서의 폐쇄적인 삶과 동양적인 가치관으로 인해 일본에는 유달리 수치의 문화가 발달하였다. 그리고 수백만에 이르는 일본의 다신 종교는 유일신 신앙을 가진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죄의식의 문화를 약화시켰다.

죄의식의 문화가 약하면 독일의 총리들에게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통렬한 자기반성이 어렵다. 수치의 문화가 강하면 손으로 태양을 가리는 것과 같다 해도 과거의 잘못을 숨기려는 성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일본의 주류사회의 사회심리이고 또한 영적인 상태이다. 그러나 일본도 변하고 있다. 세계화의 시대 속에서 수치의 문화에만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죄하며 주변국과 평화를 이루자 하는 양식 있는 일본인도 많이 나오고 있다.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 히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모습 속에서 이런 변화의 일단을 볼 수 있다.

아베 총리의 담화는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영적이고 문화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다신 종교의 환경 속에서 유일신 신앙을 지키는 일본의 기독교인들, 섬나라의 폐쇄적인 문화가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가는 평화의 사람들이 일본의 앞날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들 역시 아베 총리와 일본 우파 세력의 몰역사적이고 폐쇄적인 모습을 비난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그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자신과 우리 문화 및 관습 속에 있는 죄악된 모습을 돌이켜 보면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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