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성탄주기의 결말, 주현절 1월 6일 … "예수 그리스도께서 신적인 권위를 입으신 날"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8월 17일(월) 17:02

주현절은 대부분의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낯선 교회력이다. 이는 서구 유럽교회들이 주현절보다는 성탄절에 더 집중해왔고, 한국교회도 이러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예전회복운동을 통해 서방교회에서도 주현절에 대해 다시 강조하기 시작했고, 성탄절과의 신학적 차이를 구별하면서 예배와 설교에 각각 적용해오고 있다.

대림절부터 시작된 성탄주기는 1월 6일 주현절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주현절은 동방교회의 성탄축제였으나 서방교회가 12월 25일로 성탄축제를 시작하면서 동ㆍ서방 교회 모두 혼란을 겪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4세기 말경에 동ㆍ서방 교회들은 성탄과 주현절의 신학적 의미들을 구별하면서 두 날을 모두 기념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실로 고대 기독교회들의 지혜로운 협력이라고 본다. 하지만 성탄절에는 아기 예수의 탄생 자체에, 주현절에는 예수님의 세례와 가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든 기적사건에 초점을 둔 것 같지만, 동방박사의 방문에 관해서는 약간 의견을 달리한다.

동방교회는 성탄절에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서방교회는 그것을 주현절에 예수님의 세례와 포도주 기적사건과 함께 들려준다. 이는 동방박사들의 방문에 대한 신학적 초점이 다르기 때문인데,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주현절을 지키지 않기에 성탄절에 동방박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실 동방박사의 이야기를 언제 들려주느냐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단 성탄절과 주현절의 신학적 차이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 때에 보다 능동적으로 주현절 예배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주현절을 뜻하는 서방의 '에피파니(epiphany)'와 동방의 '데오파니(theophany)'는 모두 헬라어로서 중요한 행사들에 왕이 직접 나타날 때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사도 바울도 그리스도의 왕적인 통치를 가지고 오심에 대해 이 단어를 사용하였다(디도서 2:11,13). 즉, 그 어원이 말해주듯이 주현절의 목적은 예수님이 누구인지에 대한 공적인 신원 확인에 있다. 하나님의 아들이되 하나님의 통치권을 부여받은 아들이라는 것이다.

박사들이 가져온 금, 몰약, 유향은 왕에게 드려지는 선물들이다. 서방교회는 동방박사의 방문 그 자체보다는 그들이 가져온 선물들이 의미하는 것에 더 강조점을 두며, 이 이야기를 성탄절이 아닌 주현절에 배치시켰던 것이다. 주현절에 들려지는 예수님의 세례 이야기도 하늘로부터 직접 내려오는 음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이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이요 기뻐하심을 입은 자임을 확인하는 사건이며(마3:17), 포도주로 변화시킨 이야기도 잔치집의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적의 능력을 가진 분이심이 확인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주현절은 큰 기쁨의 날이고 신적 권위와 능력을 입으신 예수님을 더욱 의지하게 되는 날이다.

이처럼 기독교 교회력과 성서정과는 수백수천년 동안 보다 신학적이고 보다 감동적인 예전이 되도록 노력한 믿음의 선조들의 값진 결실인 것이다. 한국교회도 주현절의 신학적 의의들을 재조명하며 예배와 설교에 적용한다면, 영적으로 보다 깊고 풍부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성탄목에 걸렸던 성탄장식들을 주현절 메시지와 관련된 상징들로 대체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주현절 예배가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예배분위기 연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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