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을 떠났다고 믿는 당신에게

[ 희망편지 ] 희망편지

장보철 교수
2015년 08월 11일(화) 16:27

도저히 자신에게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믿는 이들을 만난다. 남편이 병들고 아이들 교육시켜야 하고 하루에 14시간 일하다가 공부하러 온다는 학생이 기억난다. 아내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그래서 가정이 깨어져 이젠 사람을 믿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분노와 체념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30대 청년도 떠오른다. 20대와 30대 여기저기 이것저것 방황하다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해 시간을 보내는 자매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손을 떠났다고 믿는 사람들. 이젠 나도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 갈대상자 안의 아기와도 같다.
 
아기는 캄캄한 갈대상자 안에서 울고 또 울었을 것이다. 배고파서 울고, 무서워서 울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자기의 울음소리를 들어주지 않아 또 울었을 것이다. 두려움, 슬픔, 답답함, 안타까움, 애끓음. 대소변을 갈지도 못하는 상황. 그야말로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처지. 그를 누가 살려줄 수 있을까? 
 
사람의 손을 떠나 도저히 해 볼 방도가 없을 때 세상 사람들은 도박, 섹스, 마약, 폭력,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선택한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난다. 그럴 때 세상 사람들은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이웃 등 사람을 바라본다. 사람을 잃어버렸을 때 그들은 자신을 잃어버린 것만 같고 세상을 살아가도록 돕는 버팀목을 상실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목회상담학 전공자인 내가 가지고 있는 확신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실낱같은 구원의 손길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이다.
 
숨이 턱턱 막혀 오며, 도대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여름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흐르는 땀과 올라오는 불쾌지수. 2주간 계속되는 30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 속에서 어찌할 수 없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휴가를 떠나거나 즐기면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시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와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폭염을 피해 휴가를 떠나지만, 다시 돌아오면 또 다시 무더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무더위는 도망간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스스로 물러간다. 그리고 서늘한 가을이 오기 마련이다.
 
지금 당신의 인생이 이미 당신 손을 떠났다고 믿고 있는가. 삶의 발걸음 잠시 멈추고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 한 번쯤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더위를 피해 잠시 시원한 곳으로 떠날 수 있지만, 우리들의 삶은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무더운 여름은 시간이 지나면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주듯이, 절망의 끝이 인생의 마지막을 의미하지 않는다. 절망은 그 끝자락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의 손길에 자리를 내어주기 마련이다. 중요한 점은 무더위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얼마나 인내할 수 있는가이다.

장보철 교수/부산장신대학교 목회상담학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