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 예화사전 ] 예화사전

신관식 목사
2015년 08월 11일(화) 13:50

제주에서 목회하며 조금 힘들고 아쉬운 것은 육지에서 일어나는 일에 다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말에 몰려있는 결혼식에 참석 못하는 못된(?) 친구, 못된(?) 친척이 되고 만다. 10년 전 어머님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 큰형님(서울 영락교회 집사)으로부터 연락 받은 시간이 오후 8시. 서귀포에서 공항까지 한 시간이 걸리고, 서울 가는 비행기는 끝났고, 결국 어머님의 임종을 못 보게 되었다.

다음날 첫 비행기로 올라가 천국환송예배를 마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제주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늘을 날아 올라가는 비행기 속에서 이 비행기가 땅에 착륙하지 않고 그냥 어머님이 가신 하늘나라로 계속 날아가기를 소망해 보았다. 그렇게 그리던 천국에 들어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는데 갑자기 이기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이 일어났다. "이제는 나를 위해 어머님처럼 누가 기도해줄까?" 어머님은 기도의 어머님이셨다.

어린 시절 화장실이 밖에 있었다. 자주 새벽녘에 소변을 보러 일어나 잠결에 본 어머님의 모습에서 누워 계신 것을 본적이 거의 없다. 항상 벽에 기대어 기도하는 모습, 졸고 있는 모습, 화장실 갔다와 어머님의 기도소리가 자장가가 되어 다시 잠을 청했던 일이 생각났다.

주일예배 설교 중 기도의 빈자리를 느끼며 "이제는 누가 나를 위해 어머님처럼 기도해줄까?" 울먹이며 설교했다. 예배가 끝나고 목양실에 있는데 노크소리와 함께 권사님 세 분이 들어오셨다. 나의 손을 꼭 잡으며 "목사님을 위하여 오늘부터 저희가 어머님처럼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함께 손을 잡고 울었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헤어지며 생각했다. "새벽기도 시간에, 개인기도 시간에 나를 위해 특별히 기도하시겠구나!" 한 달 정도 지나서 알게 되었다. 그날부터 이 세분 권사님이 밤 11시쯤 성전에 나와 다음날 새벽기도까지 7년을 넘게 계속 기도하시었다. 어머님의 마음으로….

이분들이 은퇴하실 때 은퇴감사패를 드리는데 기도 중에 말씀 한 구절이 떠올랐다. 로마서 16장 13절 "주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

나의 목회는 천국가신 어머님의 기도와 지금도 새벽을 깨우며 부족한 목사를 영적인 아들로 품고 기도하시는 '기도 삼총사, 기도의 어머님들'의 열매이다.

목회의 뿌리, 목회의 젖줄이 기도다. 나는 아직도 기도의 젖을 먹으며 목회하고 있다. 나에게는 기도의 어머님이 네 분이 있다. 평생 기도하는 모습으로 각인된 육신의 어머님 장정원 권사. "이제는 나를 위해 어머님처럼 누가 기도해 줄까?"라는 설교 말씀을 내 말씀으로 받아 철야하시며 기도해 오신 영적인 어머님들 김옥경, 이배임, 최행임 권사. 기도의 어머님들이여! 기도의 삼총사여! 하늘 면류관으로 가득하시길….

신관식 목사 / 법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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