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세대를 위한 교회의 역할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5년 08월 11일(화) 13:49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요즘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여러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중 '오포세대'는 결혼, 출산, 연애, 인간관계, 내 집 마련 등 다섯 가지 꿈을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데, 젊은이들이 정규직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사회 제도권 진입이 어려워진 상황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이 유행어 뒤에는 미래의 꿈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의 암울한 현실이 있다.

경제적으로 보면 오포세대를 낳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성장잠재력의 저하에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과거 고성장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고용창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졌다. 그 외에도 낮은 고용안정성, 임금격차의 심화, 전세금 상승, 비현실적 사교육비 등 다양하고 구조적인 요인들이 젊은이들로 꿈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오포세대는 우리사회 경제가 직면한 총체적 문제들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단어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 넓게 보면 청년 실업이 비단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오랜 기간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온 선진국에서는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경제 구조적 문제들이 심각하면서도 대부분 익숙한 현상들이다. 

우리나라의 특징이 있다면 경제적 문제가 젊은이들이 희망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상황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위의 경제문제들은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새롭게 대두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개인의 충격이 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인생의 희망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질적 가치관에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없으면 결혼과 출산은 물론이고 연애와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상황이 범상치 않다. 사회 활동에 반드시 재정 지출이 동반돼야만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지나친 물질주의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예를 들자면, 함께 맥주를 마시는 문화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밥집이나 술집에 갈 돈이 없어 연애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포세대'가 표면적으로는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인식과 가치판단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경제학은 사람의 가치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경제학의 방법론이 인간의 가치체계를 주어진 상수로 가정하고, 여기에 부합하는 최적의 물질적 조합을 만들어 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역시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부분적으로 현상만을 개선하는 땜방식 처방에 그치게 된다. 나는 여기에 교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가정과 사회에서 상처 입은 영혼이 찾아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우리는 교회에서 사회에 만연한 물질적 가치관에 의해 상처 입고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을 품고 위로해야 하겠다. 그리고 물질을 뛰어넘는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또 그 가치를 몸소 실천해야 한다. 이 때 젊은이들은 진정한 희망을 품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경제적 해결책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오포세대를 초래한 경제적 연결고리들을 잘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젊은이의 잃어버린 꿈을 다시 찾는 데는 신앙적 가치관의 회복이라는 근본적인 처방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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