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 목사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송유광 목사
2015년 08월 11일(화) 13:40

내가 신림교회에서 목회할 때에 광주제일교회 권사님 댁에 가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가정예배를 인도했었다. 그분의 남편은 남종화의 대가였던 의재(毅齋) 허백련 씨였다. 나는 장신대에서 공부를 해야 하기에 사임 인사를 하러 그분께 갔다. 허백련 씨는 섭섭하다며 그림 2폭을 주셨다. 그림에 대해 무지한 나는 그분이 준 선물을 시골집에 어머님께 드리면서 "이 그림은 아주 유명한 분이 그렸으니 잘 보관해달라"고 맡기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런데 어느 날 허백련 씨가 돌아가셨다고 신문에 났다. 그런데 내 눈에 들어온 신문기사는 그분의 그림이 '당시 1억이 간다'는 신문기사였다. 나는 순간 정신없이 그림을 생각하며 시골에 달려갔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집안을 다 뒤져 그림을 찾았다. 그러나 그림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그림 2점이면 당시 아파트가 두 채였는데 하면서 가슴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 깨달은 것이 나는 참 멍청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나보다 멍청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하나님이 내게 2억이나 주셨는데 그것을 잃어버리다니 한숨만 나온다.
그 뒤 목회를 하면서 내가 참 미련하고 멍청한 자임을 느낀다. 바울은 얼마나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이었는가? 그런데 그는 목회를 하면서 바보가 되기로 작정한 것 같다. 어떻게 사람들이 사랑하고, 가지고 싶은 모든 것들을 다 배설물처럼 여기고 버릴 수 있었을까? 그는 나보다 더 멍청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도 멍청이가 되기로 작정했다.

목회를 하면서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 "목사님!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하고 말한다. 송구영신예배에 성도들을 축복 기도해 줄 때다. 한 고등학생이 기도를 받는다. 그가 새 학기에는 ○○○선생님 반을 피하게 해달라는 기도제목을 가지고 왔다. 나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학교생활이 즐거워 성적이 오르고 대학에 가게 해달라고 기도해주었다. 그런데 기도 받던 학생이 눈을 뜨며 목사님 그렇게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을 만나지 않도록 이름을 부르며 구체적으로 기도해야 된다"고 나를 가르친다. 나는 고등학생에게조차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배움을 받는 참 멍청한 목사다. 어떤 분이 또 가르친다. "목사님! 그렇게 목회하는 것이 아닙니다"하면서 야단을 치며 목회해야 한다고 나를 가르친다. "목사님은 사회 물정을 몰라서 그럽니다." 내가 멍청하기에 목회 현장에서 나를 가르치는 분들을 참 많이 만난다. 그때마다 멍청이 목사에게 하나님은 제법 똑똑한 교인들을 보내주셔서 나를 깨닫게 한다고 생각하며 웃어넘긴다. 나는 평생 목회하면서 그림의 가치를 몰라 그렇게 귀하고 비싼 그림을 잃어버린 멍청한 목사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나는 그림의 가치를 모르는 멍청한 목사인데 내 주변에는 나보다 더 멍청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림의 가치를 몰라 유명한 그림을 잃어버린 멍청이지만 가장 귀하고 소중한 복음은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주변에는 자신은 무척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복음의 가치, 예수님의 가치를 모르는 멍청한(?) 사람들이 참 많다. 멍청한 나는 오늘도 제법 똑똑한 체 웃으며 천국의 가치, 복음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에 복음을 전하며 살고 있다.

멍청한 목사인 것이 감사하다. 내가 멍청한 목사라고 인정하고 나니 싸울 일이 없다. 멍청한 나는 오늘도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기도한다. 하나님, 나 같은 멍청이 목사에게 찾아온 교인들에게 긍휼을 베풀어 주옵소서. 멍청한 나에게 맡기지 마시고 성령께서 역사하소서.

송유광 목사 / 영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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