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성탄절 장식 언제 정리해야 하나요? : 12일간의 크리스마스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7월 28일(화) 11:17

대림절부터 시작된 성탄주기의 절정은 단연 12월 25일, 성탄일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교회력과 현대 교회력에서 성탄주기의 끝은 주현절(1월 6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한국교회들은 성탄예배가 끝나자마자 신년특별예배 등을 준비하느라 성탄의 기쁨을 충분히 음미할 시간도 없이 또 다른 시작으로 분주하다. 이 때 작은 질문이 하나 생긴다. 성탄목이나 크레케와 같은 장식들을 언제 정리해야 하는가? 공을 들여 준비했기에 아쉬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성탄장식을 남겨놓아야 하는 질문은 언제까지 성탄절을 기념해야 하느냐의 질문과 관련된다. 성탄축제 기간에 대한 간략한 역사를 짚어보면 언제까지 성탄장식을 남겨둘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고대교회부터 성탄을 축하하는 축제가 12일 동안 열렸는데, 이는 동ㆍ서방교회 모두가 '12일간의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으로 철저하게 준수하였다. 12월 25일, 성탄일부터 시작하여 주현절 전날인 1월 5일까지의 12일간을 말하는데, 어떤 전통에서는 성탄일 다음부터 주현절인 1월 6일까지로 계수하기도 한다. 이 기간에 교회는 성탄관련 예배나 기도모임들을 계속 준비한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성탄장식은 12일간의 성탄축제가 끝나는 주현절 전날인 1월 5일에 정리하였다. 그리고 주현절을 맞는다.

잉글랜드는 12일간의 성탄축제를 가장 대대적으로 행했던 나라 중 하나인데, 잉글랜드 전체가 12일 동안 여러 종류의 들로 가득 찼었다. 그러나 때때로 세속적인 환락의 성격을 가진 축제들도 있어 청교도인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12월 25일이 성탄절이라는 증거가 성경에 없다는 이유와 당시 잉글랜드의 12일간의 축제가 너무 세속적이었다는 이유로 청교도인들은 12일간의 성탄축제는 물론 성탄절 자체를 강하게 반대했었다. 이런 청교도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북미개신교 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쳤기에, 북미에서 12일간의 성탄축제 문화는 거의 찾아보기는 힘들며, 성탄절 이브와 성탄일 당일만 기념하는 것이 일반적인 성탄문화가 되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북미개신교의 영향을 크게 받은 한국교회에게 12일간의 크리스마스 문화는 생소한 것이다.

프랑스가 기원인 것으로 추정되며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호주 등에서 쉽게 듣게 되는 '크리스마스의 12일(The Twelve Days of Christmas)'이라는 어린이 캐럴은 구전으로 내려오다 1780년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출판되었다. 이 캐럴은 자료그림처럼 12일 동안 주님께서 보내신 선물들을 받으며 기뻐하는 내용이다. 첫째 날은 그 날에 받은 선물로 인해 노래하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첫날부터 받은 선물들 모두를 언급하며 점점 노랫말이 길어지는 점강식의 캐럴이다. 어린이들은 12일 동안 이 캐럴을 부르며 성탄절을 즐기다가 주현절을 맞이하게 된다. 가사가 성경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숫자 1~12와 기독교교리 속에 나타나는 상징적인 숫자들을 서로 연결하여 어린이 교리문답용으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있으나 역사적 근거는 아직 없다. 어른들도 즐겨 부르는 이 캐럴이 요즈음 북미에도 활발하게 소개되면서, 북미에서도 12일간의 성탄축제가 주목받게 되었다. 이처럼 교회력 전통이 12일간의 성탄축제 마지막 날에 성탄장식들을 거두었기에, 최소한 1월 5일까지는 성탄장식을 남겨두는 것이 기독교예배의 역사와 전통에 보다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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