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 법제화 20주년을 맞이하며

[ 논단 ] 주간논단

이윤희 목사
2015년 07월 23일(목) 10:10

유교 문화 속에서 여성의 자리는 참으로 열악했다.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 깊던 시절에 여성은 사랑받지 못했고 존귀하게 대접받지 못했다. 이름도 제대로 지어주지 않았고, 글도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집안일을 거들며 살다가 시집만 잘 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며, 시집을 간 후에는 어떠한 일이 생겨도 참고 살아야 하고, 친정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결혼하기 전에는 아버지를 따르다가 결혼 후에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따라야 하는, 늘 종속적이고 부수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그 억압과 불평등과 고난을 견디느라 여성은 한(恨)을 품고 사는 존재가 되었다.
 
여성들이 전해들은 복음은 다이너마이트와도 같은 위력을 지닌 놀라운 소식이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살리려고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에 내어주실 만큼 사람들을 사랑하고 존귀하게 여기셨는데, 그것은 남성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도 위함이며, 어른들만 위함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도 위함이며, 양반이나 주인들만 위함이 아니라 종살이 하던 사람들도 위함이라는 진리는 그 당시의 여성들에게는 폭탄과도 같은 선언이며 전 존재를 뒤흔들어 놓을만한 선언이었다. 여성들은 이 기쁜 소식, 아름답고 귀한 소식인 복음을 듣고 빛 가운데로 들어갔으며,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하고 어둠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여전도회를 조직하고 연합하기 시작했다.
 
1933년에 처음으로 여성장로의 안수를 허락해 달라고 청원을 했던 여전도회는 교단총회의 총대로 보내달라고 그와 같은 청원을 한 것이 아니라, 그들도 남성과 똑같이 교회를 섬기기 위해 여장로 제도를 청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개혁적인 정신을 가진 교단인 장로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안수제도의 청원은 61년 동안 교단총회에서 부결되었다.
 
드디어 1994년 제79회 총회에서 역사적인 여성안수가 허락되고 노회의 수의를 거쳐 1995년에 법제화가 되었으니 올해는 여성안수 법제화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그러나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여성 목사와 여성 장로는 많이 생겼지만, 전체적인 의식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 하다. 아직도 여성을 목사로, 지도자로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어 하고 여성이 장로가 되어 당회에 들어가서 의견을 말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이고 부정적으로 여기는 풍토가 있다. 여 장로가 세워져야 교회와 목회에 도움이 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는 목사님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성도들의 의식이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며, 여성이 여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많이들 말씀하신다. 그러나 성도들의 의식이 이러한 데는 목사님들의 의식이 반영되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보통은 목사님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바를 성도들에게 가르치시지 않는가. 지난 세월 가르치신 바가 오늘날의 교회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지금 교회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최근 우리 교단 성도수가 감소하고 있는데, 교회가 건강하고 행복한데도 성도들이 떠나고 있는지, 아니면 비민주적이고 부조리한 모습을 더는 못견디고 아예 교회를 등지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필자는 그중 여성 성도의 감소에 주목하고 있다. 제98회 총회는 제97회 총회 때보다 41,594명의 성도수가 감소되었음을 보고했는데 그 중 여성 성도는 26,495명으로, 감소된 전체 인원의 절반이 여성이었다. 그런데 제99회 총회보고서에 의하면, 제98회 총회 때보다 전체 성도가 1,619명이 감소했으나, 여성 성도의 감소는 11,089명이나 되었다. 교단 성도수의 감소에 비해 7배나 되는 여성 성도가 교회를 떠났음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의 중심이 되어온 여성 성도가 교회를 떠나고 있다. 이번 제100회 총회보고서를 통해서 그 추이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다.
 
여성안수법제화 20주년을 맞이하는 올 해, 본교단의 제100회 총회를 개최하는 역사적인 해임에도 불구하고 1,500명의 총대 중 여성총대의 숫자는 17명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겨우 1%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본 교단 103년의 역사동안 그리고 본 교단 총회에 여성이 총대로서 함께 앉게 된 최근 2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이다. 본교단의 양성평등 수준을 묻는다면 이 수치를 갖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이윤희 목사/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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