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로 무너진 관계 회복해볼까?

[ 문화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07월 21일(화) 14:09
   
 

 "같이 밥 한번 먹자." 요즘처럼 '먹거리'가 넘치는 세상에서도 '관계'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말이 '밥'인사다.
 '밥'이라는 것이 그렇다. 가장 따뜻한 안부인사면서 가장 솔직한 마음 고백이기도 하다. 밥을 먹으면서 너와 더 친해지고 싶고 너를 더 알고 싶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최근 '먹방'이 대세다. TV만 켜면 요리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즐기는 프로그램 일색이다. 하물며 지난 9일에는 제1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개막해 각국 31편의 '맛있는' 영화들이 선보였다.
 혹자는 '먹방'의 문화가 1인 가구 증가, 경쟁적 개인주의 팽배, 사회의 양극화, 청년실업 등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을 '먹는 것'으로 잊어보려는 사람들의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어쩌면 '생존'조차 불안한 요즘 '먹는 것'으로라도 위로 받고 싶은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쯤해서 '맛있는' 영화를 통해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서로 교감하며 외로움과 상처를 치유해가는 영화를 한번 찾아볼까.  

 

영화평론가 윤성은 씨는 영화 '초콜릿'(2000, 라세 할스트롬)을 소개한다. 100년 동안 어떤 변화도 없던 프랑스의 한 마을에 한 여인이 초콜릿 가게를 연다. 그녀가 만드는 초콜릿을 통해 노인들은 다시 활기를 찾아 뜨거운 사랑을 갈구하고, 위기를 맞은 연인들은 불타는 사랑 속으로 돌아가고, 불화가 끊이지 않던 이웃들은 다시 화해를 한다. 초콜릿을 매개체로 전통을 고수하려는 자와 자유를 꿈꾸는 자들이 엮어 가는 갈등과 로맨스를 경쾌하게 끌어간다고.

이 외에도 대통령궁에 들어간 가정식 요리사가 음식을 통해 대통령과 교감하는 내용의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2012, 크리스티앙 벵상)와 나름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한 와이너리에서 새로운 와인을 만들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영화 '해피 해피 와이너리'(미시마 유키코, 2014)를 추천했다.

윤 평론가는 서로 다른 성격, 다른 인생과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음식으로 교감해가는 과정뿐 아니라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 받는 영화를 통해 기독교가 상처난 현대인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 평론가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카모메 식당'(2007)을 소개했다. 일본의 중년 여성이 핀란드 헬싱키에 식당을 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와 시나몬 롤로 손님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이 영화는 낯선 땅에서 소박한 요리처럼 서로를 담담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여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은 평론가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에는 음식이 한두가지씩 등장하는데 대체로 음식을 통해 위로하고 소통하는 '공감'의 맛을 제공한다"면서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낯선 이와의 공감과 소통이라는 의미와 함께 타인을 환대함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음식은 손 대접의 기본이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독교 영화 전용관 '필름포럼'은 2015년 상반기,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소개했다. 마츠오카 조지 감독의 '심야식당'과 마이클 윈터바텀의 '트립 투 이탈리아', 존 파브로 '아메리칸 쉐프'를 추천했다.

마츠오카 조지 감독의 심야식당은 도쿄의 번화가 뒷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밥집에서 주인장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가 식당을 찾는 사연 많은 사람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그의 음식을 통해 위로받는 도시인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트립 투 이탈리아'는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과 셀리'가 머물렀던 곳의 발자취를 따라 이탈리아 해안을 따라 여행하는 두 남자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먹고 마시고 생각하는 두 남자의 이탈리아 여행기를 통해 달콤 쌉싸름하면서도 외로움을 엿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아메리칸 셰프'는 일류 레스토랑 셰프에서 푸드트럭 창업자로 변신한 한 셰프의 좌충우돌 도전기를 통해 일과 사랑,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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