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혼란과 무질서 바로잡는 병원 선교 구심점 돼야

[ 특집 ] 7월특집-메르스, 그 후

김정숙 목사
2015년 07월 14일(화) 15:14

필자가 원목으로 섬기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은 지금 거대한 태풍이 지나간 자리같다. 어떤 사람들은 이곳을 바라보기도 싫어한다. 병원 앞으로 지나가야할 차들은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고, 환자에게 전달할 물건을 병원 앞에 두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를 찾거나 만나자는 지인들의 전화도 뜸해지면서 필자가 찾아올까봐 염려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지난 6월 10일 암으로 투병하던 한 환자가 세상을 떠나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게 됐는데, 영안실은 텅 비어있었고 안내 전광판마저 꺼져 있었다. 늘 분주하던 복도, 로비에서도 직원 외에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
 
1995년 이곳에 부임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엄격한 문병 관리였다. 보호자의 상주나 6세 이하 어린이의 문병이 불가능했고, 면회 시간이 엄격했으며, 외부 음식도 들여올 수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문병 시간이 지났거나 어린이가 함께 와서 가로막는 직원들과 싸워 이기거나 그들이 없는 통로를 이용해 병실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돌봐줄 사람조차 없는 지방에서 온 환자는 아랑곳없이 어느 병상엔 수도 없이 많은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문병객이 많은 환자는 기가 살고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필자는 이제 환자, 가족, 교회 모두가 바른 문병과 입원 문화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병 자체보다 사람들이 느끼는 염려와 두려움이 더 치명적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오늘날의 전염병은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막을 수 있고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매스컴과 정보망을 통해 빠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지켜보며 정리한 교회가 대응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이 있을 때 교회와 교인들이 실천해야 할 기본적인 사항은 △모임 절제하기 △악수 안하기 △재채기 주의하기 △마스크 착용 및 손 소독제 비치 정도일 것이다. 물론 교회 구석구석을 자주 소독하고 청결에도 힘써야 한다. 감기가 걸렸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예배드리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교인들도 있음을 감안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교인이 있다면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환자들은 감염 위험성이 있을 경우 집회 참여를 피하는 것이 좋지만, 교회와 가족들도 이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가정 방문과 전화 심방 등을 통한 관심과 사랑이 투병 생활에 큰 힘이 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메르스 확산은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이 위험성을 의식하지 않고 이동하면서 더 심해졌다. 필자도 매일 응급실을 포함해 병원 곳곳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이상 증상은 없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감안해 메르스가 잠식될 때까지 교회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잘못하면 메르스 수퍼 전파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슈퍼 전파자가 대형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 성도들에게 병원균이 감염, 전파됐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는가. 사회와 여론의 질타를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 밤낮 없이 메르스와 싸우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인들마저 눈총을 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교회가 어떤 노력으로 그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 이제 모두가 더욱 조심하고 정부 기관과 병원 의료진들이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감사한 것은 얼마 전부터 병원 정문 앞에 수고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현수막이 하나 둘씩 걸리기 시작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 가운데 우리가 누군가를 비난하고 정죄하고 멸시했다면, 이제는 신앙인으로서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큰 어려움 가운데 있는 이들이 지쳐 쓰러지지 않고 기도로 응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교회가 메르스 사태를 교훈삼아 꼭 개선해야 할 일이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병원 심방이다. 특히 먼 곳에서 승합차나 중형 버스까지 동원해 단체로 방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모든 환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문병을 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병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목사님과 성도들의 기도와 위로만큼 큰 힘이 되는 것도 없다. 병상에서 교인들의 방문과 위로에 감동해 교회 생활에 더 열심을 갖게 된 환자도 많고, 자신의 가족을 위해 애써주는 교인들의 모습을 보며 교회에 나가기로 마음 먹는 환자나 가족도 많다. 필자의 생각엔 방문의 경우 단체로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을 삼가하고, 꼭 필요한 소수의 인원이 면회 시간을 이용하며, 방문을 못하게 된 사람들은 전화, 문자, 편지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수시로 환자를 위로하며 기도해 주는 것이 더 좋은 것같다.
 
목사가 병실을 방문할 때에도 두 세 명의 최소 인원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중환자실의 경우엔 환자의 가족들이 최대한 면회시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교인들이 양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성경을 든 목회자나 교인들이 병원 복도, 병실 입구 등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은 많은 환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함을 꼭 기억해야 한다. 또한 무리를 지어 병원 곳곳을 활보하는 모습도 좋지 않은데, 특히 일부 방문자들은 간병인, 보안책임자, 식사나 물품 운반하는 분들에게 무리한 요구까지 하니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병원은 화장실, 엘리베이터, 매점 등 모든 공간에서 정숙과 청결, 규정 준수를 요함을 알아야 한다. 이와함께 병실에서나 병동 휴게실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도 삼가해야 한다. 환자와 조용히 말씀 나누고 조용히 기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병실을 다수의 사람들이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장소로 여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모든 초점을 환자의 회복과 안정에 맞추고 타종교인이나 믿지 않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곳이 병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메르스 조사와 관련해 한국을 방문했던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의 말 중 몇가지 공감했던 것이 있다. 그들은 한국 사람들이 한 병원에서 검진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다른 병원에서 또 진료를 받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겼다. 더 빠른, 더 큰 병원을 찾아 환자들이 이동하는 일명 '의료쇼핑'과 병의 경중도 따지지 않고 먼저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병문안을 가는 모습도 의아해했는데, 이 일에는 교회들의 특별한 주의와 방침 수립이 필요함을 부인할 수 없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병원 선교를 통해 많은 환자에게 복음을 전하고 위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병의 치유라는 점은 간과했던 것 같다. 지금이 교회가 그 동안 흐트러진 문병 질서를 바로잡고, 환자 중심의 병원 선교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도약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정숙 목사
삼성서울병원 원목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