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으로 끝난 한기총 개혁의 '꿈'

[ 기고 ] 한기총 실행위원회 결과를 보고

구춘서 교수
2015년 07월 13일(월) 17:55

혹시나 하고 갔으나 역시나 실망만 안게 되었다. 전혀 내키지 않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이단검증특별위원회에 참여한 뒤 느낀 소회이다.


본인은 지난 5월 22일 분열된 한기총의 원상회복을 바라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총회장:정영택) 임원회의 결정에 의해 한기총 검증위 전문위원으로 참석하였다. 한기총은 검증위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그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기에 총회 임원회는 교단의 결의 내용을 첨부해 본인을 파송했던 것이다. 검증위에 참석하면서 교단의 명을 받아 온 본인은 교단의 결의와 다른 내용을 한기총이 채택하거나 검증위에 한기총이 관여하면 언제든지 검증위를 사퇴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이는 다른 모든 검증위원들의 입장이기도 하였다. 세 차례에 걸쳐 검증위원들이 합의해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 결의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 한기총 실행위원회에 보고되고 통과되고 한기총의 공식입장이 되었다. 검증위의 작업은 전혀 의미 없는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한기총의 개혁과 연합기관의 통합을 바란 교단과 검증위원들의 꿈은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한기총은 전혀 바뀌지 않은 채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이다.


검증위 위원들의 입장은 처음부터 한결 같았다. 그리고 그 내용은 고스란히 최종 보고서에 담았다. 그 내용은 1)소속 교단의 결정과 다른 의견을 낼 수 없다는 것, 2)기존 2013년 한기총의 이단해제 결의는 원천 무효라는 것, 3)한기총과 같은 연합기구는 이단 결의나 해제를 하지 말고 이는 소속 교단에 맡겨야 한다는 것, 4)이러한 이단 결의나 해제를 하지 않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검증위원들은 이런 결의를 만장일치로 동의하고 그 보고서에 서명 날인해 한기총에 공식보고하기로 했다. 그러나 검증위 위원들이 결의한 공식보고서는 전혀 한기총 실행위에 보고되지 않았다. 기습적으로 왜곡되고 조작된 보고 내용만 한기총 실행위에서 보고되고 통과시켜 이를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하였다. 이는 한기총이 스스로 개혁하고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가져올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먼저, 검증위의 결론을 왜곡하여 실행위에 보고한 한기총 실무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사실 이는 신앙인이 해야 할 일이 아닐뿐더러 허위사실을 유포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이런 범죄행위를 너무나 쉽게 하는 인사가 한기총의 실무를 총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에 검증위 위원들은 경악하고 있다. 한기총의 실상을 민낯으로 모든 검증위원들과 한국교회에 보여준 꼴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기총의 내부 갈등과 싸움은 한국교계의 수치요 한국교회의 위상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영훈 현 대표회장은 하루빨리 이를 수습하기 위해 실무책임자를 문책하고, 실행위원회를 다시 소집하여 지난 9일 보고내용과 결의를 무효로 하고 검증위의 보고를 추인해야 한다.


한기총을 개혁하고, 한국교회의 염원인 연합기관의 통합을 바라는 교단의 입장이나 우리 전문위원들의 바람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영훈이라는 한국교계의 중요한 자산이요, 한기총 개혁의 기수요, 분열된 교회 연합기구를 다시 회복시킬 비전은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사태를 일으킨 실무자를 엄히 징계하고 실행위 결정을 번복하는 것만이 그의 지도력을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 검증위에 참여한 학자들은  한기총이 과거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통합의 길로 걸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검증위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지 않도록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한기총에 임하길 기도해 본다.


구춘서 교수 / 한일장신대,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상담소장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