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치게 하는 사람들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이정원 목사
2015년 07월 13일(월) 17:35

많은 목사님들이 나를 보고 말한다. "목사님은 참 행복한 목회자처럼 보입니다. 목사님은 아무 스트레스도 없는 목회자 같습니다. 교회에서 소신껏 목회하지, 마음대로 부흥회 다니시지, 누구 하나 목회에 태클 거는 사람 없지…" 그러면 나는 "우리 교회 와서 한 번 목회해 보실래요?"라고 말을 한다. 나는 수많은 교회의 부흥회를 인도해 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있다. 어떤 교회 목사님도, 장로님도, 교인들도 다 스트레스가 있다. 어떤 교인은 목사의 속을 썩이기 위해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목회를 하다 보면 미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나를 스트레스로 미치게 하는 사람들이요, 다른 하나는 기쁨으로 나를 미치게 하는 사람들이다. 나를 스트레스로 미치게 하는 사람들과 나를 기쁨으로 미치게 하는 사람의 재료는 둘 다 언어이다. 첫째는 나를 스트레스로 미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스타일의 사람들은 교회 안에 항상 말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전혀 영양가 없는 말로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교회 안에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분들이 많다. 한 마디 말을 하면 자기 추측을 다 동원하여 말하고 그것이 목사님의 생각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목사를 피곤케하고, 교회를 분열시키고, 사탄을 춤추게 하는 자들이다.

둘째는 나를 기쁨으로 미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이들을 몹시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만나면 하이파이브를 많이 해 준다. 모든 아이들은 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 나와 하이파이브를 한 아이들은 나를 너무 기쁘게 만들어 준다. 모승범이라는 유치부 아이가 있었다. 승범이는 나를 참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아이이다. 승범이가 4살 때 버스에 타고 있었다. 내가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하여 버스에 오르자 승범이 엄지를 번쩍 세우며 말한다. "목짜님! 멋져요." 4살짜리의 칭찬에 나는 목회의 행복을 느낀다. 승범이만 만나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승범이는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이다. 아이는 지금도 말한다. "이정원 목사님! 저는 목사님 같은 목사님이 될거에요." 나는 매일 "승범이가 좋은 목사님이 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박건호라는 유치부 아이가 있다. 5살 먹었는데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모른다. 교회 와서 나를 만나면 작은 손을 내밀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모른다. 건호는 지난 5월 어린이 주일에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슬비가 내리고 있는데 손님을 보내기 위해 교회 마당에 서 있었다. 5살짜리 건호가 내가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걱정이 되었나 보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하얀 우산을 가지고 와 우산을 내민다. "목짜님!" 우산을 받아 들고 너무 행복해서 죽을 뻔 했다. 우산을 쓰고 있는 나에게 건호가 한 말은 평생 나를 웃게 할 것 같다. "목짜님! 우산 집으로 가져가지 마."

사람들은 세상에 살면서 만남을 이룬다. 이왕 만났으면 스트레스 주지 말고 기쁨 주고 기쁨 받고 살았으면 참 좋겠다. 정채봉 씨의 '만남'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정채봉 씨는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 같은 만남으로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에는 환호 하지만 시들게 되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가장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라고 한다.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기 때문이다.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어야 한다. 내 말을 듣는 자들이 기쁨으로 미치게 되는 가정, 교회, 세상을 만들어 보자.

이정원 목사 / 주하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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