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독재체제의 '엔드 게임'

[ 김 대사의 북한 엿보기 ]

김명배 대사
2015년 07월 07일(화) 17:15

김명배
前 주 브라질 대사ㆍ예수소망교회


김정은이 공포정치에 의존하는 것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주체사상의 '후계자론'에 의하면 후계자가 되기 위한 자격요건으로서 김일성 혁명가계의 승계 여부를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있으며, 후계자의 능력, 자질, 경험 등은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령신격화에 걸 맞는 '통치 카리스마'를 구축하는 일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수령 자신의 몫이다. 단순히 '백두혈통'을 물려받은 사실은 수령으로 인정받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김일성은 상당 부분 과장된 면이 있지만 '항일 게릴라 투쟁을 통해 건국의 초석을 쌓은 업적'이 통치 카리스마를 인정받는 바탕이 됐다. 김정일은 '유일영도체제'의 통치이론을 정립한 이론가이며, 김일성 사망, 식량난 등 암흑기에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초 강수를 동원, 초 강대국 미국과 일전도 불사하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 '94 미북 제네바 핵협상'을 도출해 내 억 불 대의 원조를 탈취하면서 통치 카리스마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반면 김정은은 후계자 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또한 원조탈취 수단으로서의 '핵 비지니스'가 한계에 달해 오히려 예산을 축내는 상황에서 수령 자리를 물려 받았기 때문에 스스로 통치 카리스마를 구축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건강과 열악한 경제일 것이다. 고혈압, 비만, 당뇨 등 육체적 질환 외에도 과도한 정치적 부담에서 오는 강박관념, 정서불안, 권력의지 약화 등 정신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미 정보 당국은 김정은의 건강이 3년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령독재의 극단적 비효율성과 비합리성, 수령신격화가 야기하는 극단적 경직성과 폐쇄성, 선군체제에 바탕을 둔 공포정치의 극대화, 북핵과 미사일의 예산부담 등 체제 존립의 바탕인 일체의 사안들이 하나처럼 경제 위해 요소들이고, 체제 유지를 최우선시 하는 수령독재의 속성상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경제 위기가 체제 자체에서 야기되므로 체제유지를 최우선시 하는 북한당국으로서는 경제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원천봉쇄 되어 있다. 경제 위기 심화에 따른 수령의 영도적 지위의 훼손, 공포정치로 인한 지배계층의 불안과 살 길을 모색하는 공감대 형성, 차등제로 인한 인민들의 불만 누적 등 수령독재의 종말을 재촉하는 위해요소들이 도처에 산재되어 있다. 수령 독재체제의 '엔드게임(end game)'은 내란과 쿠데타 등이 일어나는 경우와 건강 악화로 인한 김정은의 사망 후 백두혈통의 사실상의 단절로 인해 4대 후계 체제의 구축이 어려운 상황에서 집단지도체제로 이행하는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완벽에 가까운 주민통제, 기득권과 특혜를 바탕으로 수령과 공동운명체 의식을 갖고 있는 지배계층의 응집력에 비추어 민란이나 쿠데타보다는 집단지도체제로 이행할 가능성이 보다 높다할 것이다. 

북한당국은 2017년 대선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경제 위기 해소의 2대 현안 해소에 도움을 줄 친북좌경정부의 출현에 체제의 운명을 걸고 '올 인'할 것이며, 실패하는 경우 수령독재의 최대 불만세력인 시장세대가 주도하는 개혁, 개방 쓰나미가 북한전역을 강타하면서 온갖 특권을 향유해 온 지배계층에 대한 증오심이 폭발할 것이다. 그간 당, 정, 군을 틀어 쥐고 김정은을 보좌해 온 조직지도부가 자신들의 신변보호 차원에서 김정은의 조기 사망을 계기로 수령독재체제를 무너뜨리고 집단지도체제로 이행할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북핵, 군사력, 북한인민의 대남 적개심, 엄청난 통일비용 등에 비추어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은 감당키 어려운 많은 난제를 수반하는 점에서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수령독재체제가 폐기되는 경우 남조선 적화통일의 구심점인 수령이 사라지면서 남북경협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공존이 실현되면서 궁극적 통일을 향한 통일노력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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