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도, 하나님도 아는 '설교 베끼기'

[ 교계 ] 소설 표절 논란 … 목회자 설교는 표절서 자유로운가?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06월 29일(월) 18:28
   
 

최근 유명 소설가의 표절 논란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 표절 논란은 한국 문단의 고질적인 문제와 자정 능력 부족을 부각시키며 전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해당 소설가가 공개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 일련의 과정은 그동안 아무런 죄의식 없이 타작가의 작품을 베껴왔던 이들에게 커다란 경종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목회자의 설교는 이런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난 6월 24일 본보에 한 목사로부터 설교 표절에 관한 제보 전화가 왔다.
 
수도권 인근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고 밝힌 S목사는 부목사 시절이던 8년 전,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 사실을 알게 되어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그 담임목사는 교인들에게 공개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했으며, 이 일로 자신은 교회를 사임하게 됐다는 과거의 경험을 밝혔다. 8년 후 담임목회를 해오며 바쁜 일상을 보내던 S목사는 최근 소설가의 표절 논란이 일자 과거 생각이 나 옛 담임목사의 설교가 궁금해 인터넷으로 설교 동영상을 찾아봤다. 그 동영상에서 S목사는 자기가 즐겨 읽던 곽선희 목사의 설교집 내용이 그대로 카피된 것을 확인하고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된 것.
 
S 목사는 "여전히 설교 베끼기를 하는 옛 담임목사의 행태를 보면서 한국교회 전체의 윤리성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결심이 섰다"며 "최소한의 윤리조차 없는 이런 목사는 목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에서 목사들의 설교 표절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 설교학의 대부 정장복 교수(전 한일장신대 총장)는 "정확하게 통계 낼 수는 없지만 목회자 중 많은 수가 설교 표절에 대해 양심의 찔림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 교수는 "남의 설교를 그대로 복사해 강단에 올라가는 행위, 남이 써준 설교를 그대로 앵무새처럼 읊는 행위는 하나님이 주신 양심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목회자는 성령께서 속삭여주는 메시지를 받아 나가야 한다. 영적으로 성령과 교류되지 않는 말씀을 가지고 나가는 것은 생명력을 잃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설교 표절은 반드시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표절한 설교는 생명력이 없는 설교이고, 이것을 영적 양식으로 먹는 교인들도 생명력을 잃게 된다는 것. 또한, 표절을 행한 목사도 영력이 쇠해지고, 설교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퇴화되어 결국에는 남의 설교를 베끼지 않고는 설교를 작성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설교 표절을 부추기는 요소로 한국교회의 시스템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 박사는 "일주일에 몇 편씩 완벽하게 설교를 준비하고 행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목사들은 주일 낮예배의 경우는 완벽한 설교를 만들고 나머지 설교의 경우 복음서나 서신서 등 하나를 정해 성경공부를 해나가는 방식이라든지 강해 설교를 하는 방식으로 설교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신대 김운용 교수(장신대 설교학)는 미국 등 서구권의 목사들에 비해 한국의 목회자들이 설교 표절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모든 목회자는 설교 준비를 하면서 남의 생각을 빌려 이야기 하다보면 인용은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인용과 표절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타 목사의 설교집, 주석서를 보며 아이디어나 통찰력을 얻는 경우는 표절이라 할 수 없지만, 그 문장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표절임으로 구분해야 한다"며 "설교는 반드시 자기의 통찰을 거쳐 자기의 말로 작성하는 것이 좋고, 인용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고 하용조 목사의 설교에서 감명받은 부분이 있어 이를 자신의 설교에서 교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경우에는 "하용조 목사님 설교 중에서 제가 감명깊게 읽은 부분입니다" 등의 방법으로 출처를 밝히라는 것. 단, 어느 정도 알려진 일반적인 예화의 경우는 인용의 출처를 밝힐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와 김 교수는 최근 많은 목사들이 이용하는 설교 자료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두 학자는 "설교를 통째로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목사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이 또한 표절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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