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빙이 사라진 시대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정성진 목사
2015년 06월 29일(월) 18:05

초교파목회자연합단체인 미래목회포럼(대표:이윤재 목사)이 지난 4월, 기독교선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발간한 '이슈 & 미래'는 63명의 교수와 목사로 구성된 집필진이 한국교회가 당면한 현실과 과제 11개 분야 63개 과제를 총망라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논지는 결국 하나다. 한국교회는 큰 전환기에 서 있으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교회다움의 회복이다.

'한국교회 위기론'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칼뱅의 말처럼, 교회는 자기비판이라는 과제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한국교회 위기론이 과거와 궤를 달리하는 것은 한국사회 구조변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사회는 저성장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제 과거와 같은 눈부신 경제성장은 당분간 요원하다. 부동산은 침체기로 접어들었고, 청년실업률은 늘어만 간다. 결혼과 출산은 점점 줄고 있으며, 인구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다. 부모를 모실 경제적 여력이 없어지자 결국 노인빈곤층 세계 1위, 노인자살률 세계 1위의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총체적 위기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한국사회가 '성공과 성장'이라는 맘몬을 좇아가다 실패한 지금, 한국교회가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 또한 성장이라는 목표를 좇아갔다. 건물을 세우기만 하면 사람들이 모이던 호황기가 지속될 줄 알았고 무리하게 빚을 냈다. 결국 경제 저성장 시대가 찾아오자 헌금은 줄어들고, 경매 매물로 교회 건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목사이며 미래학자인 최윤식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교회 전체 대출금액은 4조5천억이다. 지난 5년간(2010~2015) 교회의 연체율은 5배 늘었다. 교회가 경매에 나온 건수는 통상 연간 181건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312건으로 70% 이상 증가했다. 종교단체 경매물 중 교회 건물이 80%를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한국전쟁(6ㆍ25)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한국사회를 '0'으로 만들었다. 그 위에 바른 시민의식을 쌓은 교양 있는 중산층을 양성하지 못하고 개발투기 등 일확천금을 통한 신분상승을 꾀하는 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개탄한다. 이 지적에서 과연 교회는 자유로운가?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아름다운 단어가 있다. '청빙(請聘)'이란 말이다. 보통 사람을 부르거나 초대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단어는 '초빙(招聘)'이다. 청빙은 그보다 더 낮은 자세로, 목회자를 청하여 모신다는 뜻이다. 청빙을 받은 자보다 청빙을 하는 당회가 더 낮은 자세로 모신다는 뜻이다.

철학자 비트켄슈타인은 "사용하는 단어는 세계관을 반영한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청빙이 초빙으로, 이제는 초빙에서 '인력 구함'이 되어버렸다. 동역자란 단어는 보이지 않고, '부목사/전도사 구함'이란 글만 올라온다.

교회다움의 회복은 인간성을 상실한 세상에서 인간다움을 지키는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다움은 동성애를 용납지 않는다. 인간의 도구화, 기능화도 용납지 않는다.

교회 안에서 인간성을 회복하자. 당회는 목회자를 높이고, 목회자는 동료애를 회복하자. 서로 존대하고 아껴주자.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첫 걸음은 사랑을 잃어버린 나의 영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13:35)".

정성진 목사 / 거룩한빛광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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