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쟁'이 아닌 '잊을 수 없는 전쟁'

[ 김 대사의 북한 엿보기 ]

김명배 대사
2015년 06월 15일(월) 16:44

김명배
前 주 브라질 대사ㆍ예수소망교회

미국에서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라 부른다. 수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전쟁 이전의 상태(status quo ante)로 되돌아가 이기지 못하고 비긴 전쟁, 따라서 2차 세계대전처럼 승리의 환희도 축제도 없이, 할리우드 전쟁 영화의 붐도 타지 못한 채 조용히 '잊혀져 간' 전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전쟁은 가공할 위력을 가진 핵 무기 시대의 첫 전쟁이었으므로 제한전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전쟁이었다. 한국전쟁은 우리 국민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두 가지 소중한 유산을 남겼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정신 개혁과 국가안보의 기틀인 한미동맹이다.

수 천년 가난의 질곡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은자의 나라(hermit country)'로 살아 온 우리 민족이 6.25 전쟁을 통해 진취적, 개방적 개척정신이 투철한 미국적 민주주의를 체험하면서 '우리도 잘 살 수 있다, 하면 된다'라는 '헝그리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한강의 기적을 실현하는 정신적 바탕이 됐다. 

전 초기 참전을 결정한 트루만 대통령의 영단이 없었더라면 한국은 1개월도 못되어 공산화됐을 것이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파병해야 할 조약상의 의무도 없었고, 동북아가 오늘 날처럼 세계 정치, 경제, 군사의 중심으로서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그 중심에 위치한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 또한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북한의 재침을 막기 위해 한미동맹을 열망했던 한국의 국내 여론과는 달리 당시 미국의 국민 여론은 '무엇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아들들이 한반도에서 또 다시 피를 흘려야 하는가'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대통령 선거 당시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후보의 선거공약이 '한국전 조기 종전'이었고, 당선 직후 한국전선을 시찰하고, 휴전협정을 서둘러 체결할 정도로 국민의 반전 여론이 거셌다. 한미동맹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단독 북진통일을 주장하고,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2만 7000명의 반공포로를 석방하고, 휴전협정의 조인을 거부하는 등 초강경 투쟁을 벌이면서 미국을 압박해 억지로 얻어낸 것이 한미동맹이었다. 

실로 약소국의 처절한 생존전략이었으며, 이승만 대통령의 탁월한 국제정치 식견의 결과였다. 비록 마지 못해 맺은 조약이지만 미국은 동맹으로서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이면에는 미국 국민의 헌신적인 지원이 있었음을 우리 국민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은 한국전에서 전사 3만 7000, 부상 10만, 행방불명 8000명의 고귀한 희생과 현 시가 1조 달러에 이르는 혈세를 투입해 우리를 공산화 침략으로부터 구해 주었고, 한미동맹의 안보우산 아래서 한국은 '무임승차'하다 싶이 한정된 예산을 경제발전에 투입할 수 있었다. 

'한강의 기적'은 실로 한미 양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전과 월남전, 두 번에 걸친 한미 간의 혈맹우의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pax Americana era)'에 한국이 'G-7 선진조국'의 꿈과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천혜의 자산이다. 

워커, 밴 플리트, 클라크 장군 등 최고위 지휘관의 아들들이 전사했고, 142명의 참전 장군 아들 중 35명이 전사하거나 중상을 입은 사실은 우리 국민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우리 지도자들이 마땅히 본 받아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의 귀감이다. 

한국전 참전을 통해 동서냉전 승리의 씨를 뿌린 트루만 대통령과 성공적인 추수를 마무리 한 레이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위대한 지도자들이다. 

한국전쟁은 결코 잊혀진 전쟁이 아니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전쟁(the unforgettable war)'이다. 특히 한국 국민은 미국 국민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은혜를 아는 국민의 당연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