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은 위로이자 격려

[ 주혜주 교수의 마음극장 ] 마음극장

주혜주 교수
2015년 06월 09일(화) 16:33

모든 사람에게는 약점이 있다. 현명하고 똑똑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약점은 있기 마련이며, 우리가 부러워 마지않는 사람들도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려진 어두운 구석이 있다. 약점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모자라서 남에게 뒤떨어지거나 떳떳하지 못한 점'이다. 흔히 결점, 취약점, 단점, 허점, 모자람, 하자, 흠집 등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한마디로 부족하거나 잘못되었음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단어인 만큼, 우리는 자신의 약점을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본능적으로 약점을 숨기고 싶어 한다. 약점을 숨기려는 심리적 이유는 약점이 드러나면 자신이 우습게 여겨질 것이라는 불안감, 약점을 지닌 자신을 싫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런데 약점 숨기는 데 신경을 많이 쓰다 보면 정작 잘할 수 있는 일에 써야 할 에너지가 고갈되기 쉽다. 그 결과 피곤하고 행복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과연 약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약점이 사라질까? 애석하게도 약점은 없어지지 않는다. 또한 약점 가리는 데 힘을 쏟다 보면 잘 드러나야 좋을 장점까지 파묻혀 버리기 쉽다. 약점이 없으면 완벽해서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언젠가 TV에서 우리나라 제주도와 이탈리아 농촌에서 바람을 막는 돌담 쌓는 광경을 봤다. 담을 쌓을 때 빈틈없이 쌓으면 튼튼할 것 같은데 예상과 달리 바람에 쉽게 쓰러진다고 한다. 오히려 돌과 돌 사이에 구멍을 만들어줘야 바람이 지나갈 수 있어서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틴다는 것이다.


또한 약점을 통해 인간관계가 더 좋아진 경험이 있다. 명절에 모여 음식 준비할 때 요리를 잘 못하는 필자는 음식솜씨 좋은 손아래 동서들에게 민망함을 뒤로하고 씩씩하게 말했다. "나는 음식 잘 못하니까 동서들이 앞에 나서서 하면 나는 열심히 도울게." 그제야 동서들은 편한 마음으로 나서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식 솜씨는 없지만 말솜씨는 그럭저럭 괜찮아서 유머를 곁들여 전공과 관련된 여러 얘기를 들려주니, 각자 가진 솜씨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분위기가 활기차면서도 부드러웠다. 감사한 것은,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자 무시하기는커녕 오히려 일이 더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나아가 관계가 훨씬 더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만약 음식 솜씨 없는 약점을 숨기려 했다면 일은 일대로 힘들고 관계는 관계대로 소원한 채로 지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누군가의 약점은 타인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기도 한다. 병동에서 환자들과 같이 노래 부르는 시간에 노래를 못한다며 한사코 빼는 간호사를 보며 간호사도 못하는 것이 있구나 싶어 마음에 위로가 많이 되었다는 환자의 얘기가 그것이다.
 
흔히들 강한 사람은 약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강한 사람은 약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약점과 그 약점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에 백 프로 동의하는 바이다!

주혜주 교수 / 경인여자대학교 정신간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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