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사회

[ NGO칼럼 ] NGO칼럼

이계용 원장
2015년 06월 09일(화) 10:54

얼마 전 강원도 산골에 사는 부부의 사랑과 일상생활을 담았던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사회적으로 화제가 됐었다. 전문배우들도 아니고 70년 넘게 산골에서 노부부가 살아온 모습에서 영화를 관람했던 많은 이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등 여운이 깊게 남았다고 한다.

대본도 없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진 영화 한편이 우리사회에 이렇게 큰 울림을 준적이 있었는지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누구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성장하고 결혼을 하면서 꿈꾸었던 부부의 사랑이 별거나 이혼이 흔한 불안정한 세태를 살다보니 주름과 흰머리 가득한 노부부의 사랑을 보면서 꿈꾸었던 감성을 자극받았으리라.

그러나 영화 속의 노부부같은 사랑은 우리가 사는 도심 한복판에도 많이 있지만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 속 노부부처럼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은 아니지만 사랑도 아픔도 함께 나누는 가슴절절한 부부의 사랑은 우리가 주위에 관심을 기울이고 살펴본다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설을 이용하시거나 가정에 생활하시는 치매노인들의 보호자가 배우자인 경우가 40%에 이른다고 한다. 가족의 누군가가 퇴행성 알츠하이머 치매나 혈관성 치매환자가 있는 경우 가정내에서 케어할 때 그것이 의지와 사랑의 의무감만으로 수행하기가 얼마나 벅찬 일인지 보호자들과의 상담에서 그 어려움과 심각성을 많이 듣는다. 인지능력이 낮기에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증세와 행동을 반복하는 치매노인의 행동양식은 직접 접하여 보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보호자가 배우자인 경우 치매노인의 특성적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과 애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안아주고 닦아주고 함께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헌신적 사랑이 부부와 가족을 지켜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2014년 통계청 조사에서 전국 1만 8천여 가구에 상주하는 13세 이상 가구원 3만7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조사결과에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는 가족의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8년 38%였던 부모ㆍ자녀의 동거비율은 해가 지날수록 감소하여 2014년 31.4%로 나타나고 있으며, 부모와 만나는 빈도에 있어서도 한달에 한두번이 41.8%였고 1년에 몇 번이라고 답한 경우가 34.2%로 조사되었다.

또한 2014년 현재 우리나라 홀몸노인수는 131만명에 도달한 가운데 중장년의 고독사와 노년의 독거사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으며 자살율이 2013년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서 OECD 국가 가운데 1위라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기록과 함께 노년의 자살율과 빈곤율 또한 1위라는 심각하고 불편한 실상이 엄연한 사실로 자리잡은 상황에 접해있다. 이러한 이유가 경제위기, 도시화와 익명성, 실직, 개인주의와 양극화 등이 원인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언제든 의지되고 이유 없이 하나일 수밖에 없는 가족의 해체와 가속화 문제가 오늘의 큰 사회문제로 이르렀다고 본다.

젊은 세대의 높은 이혼율 뿐만 아니라 황혼의 갈등과 이혼이 높아지고 부부라는 울타리보다 나를 우선 생각하고 함께 지나온 삶에 대해 격려가 아닌 분노와 분열이 앞서는 모습을 보면서 전체집단의 평균에 맞추는 정책이 아닌 가족과 가정을 바르게 설 수 있게 만드는 주체로서 부부의 사랑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 제도와 사업의 마련이 우선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마을만들기, 공동체사회 복원을 위한 여러 복지프로젝트들이 국가적, 사회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상처가 있는 개인과 가정의 변화를 도모할 수 없는 커뮤니티 정책 우선은 해결의 근본적 한계성이 있다. 그보다는 교회에서 자녀와 가족에게 바른 부모와 부부로서 역할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 교실같은 프로그램을 사회교육사업으로 운영화하는 것이 더욱 요구되지 않는가 생각된다. 지금과 같은 근본적이 개선에 한계를 노출하는 정책과 사업의 시행보단 사람을 우선 생각하며 상처받은 개인과 부부에게 동반자들이 먼저 다가설 수 있는 방향전환을 통해 부부애가 소중히 지켜지고 그 힘이 가정과 자녀들에게 법이 되어서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노력을 진정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계용 원장 / 청운실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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