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구조조정이 급선무다

[ 기고 ] 독자투고

김재양 장로
2015년 06월 03일(수) 16:33

대학 입시철이 되면 어김없이 되풀이 되는 것들이 숱하게 있다. 수학능력시험이란 이름에 걸맞잖게, 점수 1점에 인생재단(人生裁斷)을 맡겨버리게 하는 초유의 수능고사를 치르는 날에는 민간 항공기는 말할 것도 없고, 전투기도 이륙하지 못하는 대단한 날이라는 것과, 이 날은 수험생뿐 아니라 온 국민이 시험을 치는 날이 되어 버렸고, 어디서든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쳐대는 기도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키는 날이기도 하다. 이 시험 때문에 자살도, 이민도 서슴없이 하다니 대단한 시험 아닌가? 또 논술고사를 치르는 수험생들에게 '재료를 주어 제품을 만들라'는 문과 계통과, '제품을 주어 재료를 산출해 내라'는 이과 계통의 출제성향을 보고, 점수를 따려고 한 면만 파고든 학생들의 인성과 장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재원들이 의사나 판검사나 정치가들이 되어 과연 자기가 감당해야할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항간에서 벌어지는 의료사고나, 엉뚱한 재판과 처신을 가책 없이 해대는 판검사나 정치가들을 볼 때, 도를 넘은 경우가 허다한 건 다 이 시험의 유산이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다. 세상돌아가는 게 이럴진대 과연 신학교는 어느 수준인지 고민하는 게 순리다.
 
다른 종교계는 차치하고 우리 개신교의 경우 물론 전체는 아니겠지만 신학교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황당하다 못해 거부감을 떨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안타깝게도 선택의 목적이 소명감의 발로가 아니고, 이 길이라도 한번 가볼까 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들여다 보면 평소에 늘 성적이 좋거나, 수능성적이 의외로 잘 나오면 신학교를 택하지 않고 명문대학을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고, 실패하면 신학교나 가라고 한다. 거기다 한 수 더해서 "네가 명문대학에 떨어진 것은 목사가 되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하셨다"고 위로해서 신학교로 보내는 믿음이 대단한 부모도 있고, 이런 말 한마디로 신학교로 진학한 대단한 사람도 있다. 대부분 소명의식보다는 환경변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발휘했으니 대견스럽다.
 
또 명문대학을 나와 자기의 길을 가다가 그 직을 버리고 목회자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 인기리에 성공사례를 양산해 내어, 각 교회 젊은이들을 싹쓸이 해 가는 것들을 보면 씁쓸한 마음 금치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종교지도자들의 횡포가 인터넷이나 언론에 공개될 때 마다 교계에서 대처하는 태도가 가관이다. "우리 교단이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세상의 따가운 눈초리를 다 감당한 것처럼 해결해 버린다. 직간접으로 사건에 연루된 것은 아니더라도 '목사, 장로'라는 이름 하나로 도매금으로 다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부 다 교계 지도자들의 무지와 무관심의 산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다면 교회는 존재 의미가 없다. 교회의 사명이 '땅 끝까지 전하는 것'인데 전할 수 없도록 제도를 유지한다면 직무유기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교파와 지역마다 신학대학이 즐비하다. 목사 수가 많으면 줄여야하고, 질이 낮으면 높여야 하는 게 총회가 할 일이다. 총회가 이 일들은 마다하고 세계 각처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데만 집중한다면 전말이 바뀐 처사다. 개혁하지 않고는 교회의 사명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진리에 가깝다면, 신학대학 수를 줄이고, 입학시험부터 수업내용, 졸업방법, 목사고시 등등, 전체를 구조 조정하는 것이 급선무임에 틀림없다.

김재양 장로/대구상동교회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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