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편견, 오해 '낯섦'이 문제

[ 문화 ] 총회문화법인 문화목회간담회 '전통음악, 삶 속에 들어오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06월 02일(화) 13:43
   

"국악에서 사용되는 '굿거리장단'의 의미는 원시 종교적인 '굿'이 아니라 영어의 '굿'(Good)과 같다."

전통음악과 기독교가 만나는 자리였다. 총회문화법인(이사장:지용수 사무국장:손은희)은 지난 5월 28일 민속극장 '풍류'에서 '전통음악, 삶 속에 들어오다'를 주제로 한 문화목회간담회를 열고, 전통음악을 통해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새로운 문화 목회의 방향을 고민했다.

50여 명의 목회자와 문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 날 간담회에 주강사로 참석한 류형선 예술감독(국립국악원 창작악단ㆍ과천교회 집사)은 "대형교회에서 국악 연주를 부탁받았고, 굿거리장단을 사용한 곡을 소개하려고 했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수석장로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굿거리장단이라고 쓰인 글자를 모두 지운 후에야 연주할 수 있었다"는 경험을 전하며 "전통음악에 대한 교회의 이해수준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류 감독은 "굿거리장단은 여러사람이 함께 공동의 정서로 노래를 부르고자 할 때 쓰이는 적합한 장단으로 서양음악의 모데라토와 같은 템포"라고 말한 뒤, "실제로 종교적인 행사에서는 굿거리장단이 거의 쓰이지 않는다"면서 "마을의 큰 잔치나 대동제 같은 행사에서 좋은 날의 의미를 담아 사용했다"고 국악에 대한 교회의 편견을 안타까워했다.

한편 그는 '뽕짝', '트로트'로 불리는 전통가요가 우리의 음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대중음악 출발지점이 일본의 전통음계인 '미야코부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

류 감독은 '두꺼비 집을 지을까~ 까치 집을 지을까'와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의 노래를 부르면서 "여전히 일제시대에 형성되었던 문화적 관성이 작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미 미야코부시 음계에 익숙한 상태에서 우리음악이 가지고 있는 대중적 기반이 와해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일제시대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뿌리를 기층 아이들의 놀이문화에서부터 '씨'를 말려버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음악은 '낯설게'되었고, 크리스찬이 국악에 갖는 편견과 오해도 이 '낯섦'에서 시작됐다고 피력했다.

전통음악은 '구전'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동시대 사람들에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변형되어 온 역사라고 소개하는 류 감독은 "무수한 세월이 흘러서 변형되어 오다가 감동과 재미가 없으면 사라지게 되고 끝까지 살아남은 것이 지금 우리가 아는 국악이다"면서 국악의 '생명력'을 '창조적 변형'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SM, JYP 등 대형기획사가 수억원을 들여 마케팅 한 노래와 600년 동안 살아남은 '정선아리랑'을 비교하면서 국악을 '수백년 동안 수많은 음악가들이 공동창작한 우리의 노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제시대와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사라져간 '낯선' 전통음악에 대해 그는 목회자들에게 "국악을 듣는 것은 내가 향유하는 음악을 뛰어넘는 것"이라면서 "우리시대의 음악이라는 것이 감당 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의미를 국악을 통해 새롭게 전환하고 회복해 내는 의미를 문화목회적 관점에서 되돌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 류형선 감독은 한양대 음악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을 졸업하고 작곡가 교육자 음악감독 및 음반 프로듀서로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류 감독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 진정성 있는공연으로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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