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비 2천원

[ 목양칼럼 ] 목양칼럼

류철배 목사
2015년 06월 01일(월) 16:17

2,000원이 별 것 아닌데 한 달 내내 마음이 찜찜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지불하고 왔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과,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었지 않느냐?'라는 두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몇 달 전 총회 훈련원 회의가 있어 대전에 내려갔다. 호텔주차장은 만차라서 도로변 공영주차장에 세웠다. 약 두 시간 정도 회의가 끝나고 나오니 봄비가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계절적으로는 우수(雨水), 경칩(驚蟄)이 지난터라 지금 내리는 봄비는 약비라고 한다.

대동강 얼음이 풀리는 때이며 얼어붙었던 땅을 녹이는 비이기에 농부들에게 있어서는 반가운 비가 아닐 수 없다. 갑자기 내린 빗 사이를 뚫고 달려가 트렁크에서 우산을 꺼내 들고 주차 요원을 찾았다. 이쪽으로 가도 없고 저쪽으로 가도 보이지 않는다. 주차비를 계산하고 가야 하는데 아무데도 없다.

난감했다. 그렇다고 목사 신분에 2000원을 떼먹고 잘 됐다며 유유히 사라질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다시 호텔에 들어가서 프론트 직원에게 자초지종으로 설명하며 2000원을 맡기고 갈테니 대신 전해 달라고 부탁하니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거절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다시 나가 둘러보다가 그냥 돌아왔지만 마치 2000원을 떼 먹은 것처럼 개운치 않다.

한 달 후 마침 같은 장소에서 다른 세미나가 있어 다시 그 장소에 갔다. 1박 2일 세미나가 마치고 나올 때 다시 주차요원을 찾아갔다. 마침 담당 할아버지가 부스안에 계신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2000원을 건네 드렸다. 할아버지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2000원 가지고 무슨 유난을 떠느냐는 식이다.

"할아버지 저는 목사입니다. 한 달 전에 주차비를 드리지 않고 간 것이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니 받으십시오"라고 건네 드리고 왔다. 굳이 목사인 것을 밝히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근래 목사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기에 세상에는 이런 목사도 있구나 하는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어 부끄러운 고백을 한다.
연초에는 '목사 계속 교육 세미나', 이번에는 '부목사 계속 교육을 위한 강사 요원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공통적인 주제는 무너져 내리고 있는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은 목회자가 각성을 해야 하고, 인성교육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가 바로 서 있지 못하니 성도들을 올바로 가르칠 수 없고 그 여파가 오늘 한국교회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종종 뉴스를 통해, 혹은 집중 보도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목회자의 비리와 비윤리적인 내용, 혹은 불법과 연루되어 구속되는 기독교인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티 세력이 던지는 돌멩이를 피하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런 장면을 대할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는 '긴장하자, 조심하자, 더 낮아지자'는 다짐을 해 본다. 또한 이 지역속에 세워진 우리 교회가 주민들로부터 어떤 판단을 받고 있을까? 두렵다.

빵집에서는 빵 굽는 냄새가 나야 하듯, 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넘쳐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거기에 세상 사람들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이단 사이비까지 목사라는 이름으로 활보하고 있으니 거룩한 교회의 이미지는 이미 바닥을 향하여 치닫고 있다. 

그래서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나 한 사람이라도 목사다운 목사가 되자, 우리 교회만이라도 교회다운 교회가 되어 보자고 역설(力說)하는 것이다. 소금과 빛의 사명을 다하려면 겸손히 녹아져야 한다. 자신을 죽여야 한다.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살고, 교회가 죽어야 세상이 산다. 주님이 죽으시므로 우리가 산 것처럼.

류철배 목사 / 보배로운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