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면 굶지 않는다

[ 주혜주 교수의 마음극장 ] 마음극장

주혜주 교수
2015년 05월 26일(화) 16:42

15년간 병동의 수간호사로 일하면서 환자들에게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하는 것 다음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간호사끼리의 화합이었다. 왜냐하면 눈을 뜨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기 때문에 직장생활이 재미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화목한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의 화합을 위해 병동 간호사들로 하여금 지키게 하는 몇 가지 불문율이 있었다. 처음 입사한 신규간호사는 첫 월급을 타면 병동의 선임자들에게 음료든 케이크든 감사의 인사를 하도록 했다. 첫 달 월급은 본인이 잘해서 받은 게 아니라 선임간호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예쁘게 봐달라는 의미도 있다.
 
대신 선임간호사들은 신규간호사가 첫 월급을 타기 전에 커피나 밥을 한번 사줘야 한다. 처음 입사하여 긴장한 탓에 잘 들리지도 않고 어리버리한 그 자체로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들까?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그러니 이미 안정된 상태에 접어든 선임간호사가 근무시간 외에 시간을 내서 따뜻한 격려 한마디 해주라는 뜻이다. 사실 신규간호사가 잘 적응해야 선임간호사도 덜 힘들다. 간호사가 한 명 사직하면 그 병동에 남은 간호사들은 곱절로 힘들어진다. 그래서 사직은 사직을 부른다. 사직은 전염력이 강하다. 악순환이다. 간호사들의 화합을 위해 나름 뚝심 있게 고수했던 방법들의 기본철학은 바로  '인사하기'였다.
 
인사의 중요성은 '야신(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성근 감독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인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것이고,
존중이 없다는 것은 겸손이 없는 것이고,
겸손이 없으면 오만하다는 뜻이다.
오만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선수들로는 승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제일 먼저 가르친 게 인사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인사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 인사가 생략되면 왠지 기분이 꺼림칙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병원을 떠나 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이후에도 '상대가 하든 안 하든 내가 먼저 인사한다'의 철학으로 살아왔다. 학생들에게도 간호는 아픈 사람만 돌보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친구부터 살피는데서 시작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아침에 강의실에 들어서면서 친구들끼리 꼭 인사를 하도록 권유한다. 왜냐면 인사는 사회생활의 가장 기본이기에.
 
인사도 습관이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몸 근육, 마음 근육과 마찬가지로 인사 근육도 자꾸 써야 단단해진다. 오늘도 혼자서 친정집 가훈을 속으로 되뇐다.
 
"공부 잘하는 놈은 굶어도 인사 잘하는 놈은 굶지 않는다."

주혜주 교수/경인여자대학교 정신간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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