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마음을 추론하는 능력

[ 주혜주 교수의 마음극장 ] 마음극장

주혜주 교수
2015년 05월 15일(금) 10:48

 

▲ 이경남 차장/knlee@pckworld.com

정신과 환자들은 증상 때문에 난폭한 행동을 보이지만, 우리 사회의 폭력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폭력은 영국이나 일본보다 5배나 많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도 그 빈도나 정도에서 이미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우려가 높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때리는 애와 맞는 애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의 폭력은 거의 조폭 수준이다. 이런 세태의 원인에는 사회 환경의 변화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불과 몇 십 년만 하더라도 옆집 애가 저녁을 못 먹고 있으면 같이 밥 먹자고 부르는 이웃집이 적어도 다섯 군데는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웃사촌이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아파트가 대세를 이루고, 핵가족화가 되어 부모를 대신할 확대가족이 사라지면서 부모를 대체해 돌봐줄 이가 전무하다. 즉 어려서부터 모성적 돌봄을 경험하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인간의 뇌에는 '거울뉴런'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행동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분이 똑같이 활성화된다. 예를 들면 하품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하품을 따라 하게 되고, 한때 유행했던 TV 드라마 대사처럼 "아프냐? 나도 아프다"가 가능하다. 거울뉴런은 공감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마음이론(theory of mind)도 가능해진다. 마음이론이란 자신의 정신 상태(사고, 믿음, 의도 등)를 기초로 타인의 정신 상태를 추론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다. 마음이론이 잘 발달되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우수하다.


자신이 싫어하는 일은 남에게 하지 않는다든가, 자신이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한다. 반면에 마음이론이 덜 발달된 사람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시각에서만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다. 다행히 모방과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거울뉴런은 후천적으로도 생기고 학습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 거울뉴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고 배울 수 있는 역할 모델, 적절한 자극과 경험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 사랑을 경험한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사랑을 베풀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에 어렸을 때 거울뉴런이 잘 활성화되지 않으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부족해진다. 요즘 들어 폭력이 심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이 부모는 물론 주위에서 사회적 모성을 경험할 기회가 없어 거울뉴런이 발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신이 때리고 있는 상대 아이가 죽을 듯이 아파해도 그 고통을 공감할 수 없기에 계속 때린다.
 
호신술로 정신과에서의 난폭한 행동에 대처할 수 있다면, 사회에 난무하고 있는 폭력에 대해선 미소로 예방할 수 있다. 거울뉴런 덕분에 다른 사람의 미소만 봐도 자신이 직접 미소 지을 때와 똑같은 작용이 일어난다니 열심히 미소를 짓자. 한 사람, 한 사람 미소 지을 때마다 폭력 발생률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것이라 믿는다.

주혜주 교수/경인여자대학교 정신간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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