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 교단에서 경험한 교회지도자 됨

[ 논단 ] 5월 특집 금권선거 근절, 교회로부터

한경균 선교사
2015년 05월 15일(금) 10:46

해외교회에서 바라본 한국교계의 선거과정은 세속적 가치에 영향을 받은 교회의 진통으로 보인다. 교회를 섬기는 일꾼을 뽑는 과정에 세상 정치 이상의 과도한 에너지가 투입되고 있다. 선거 절차를 보완하고 선거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개선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선거제도의 보완보다 교회를 섬기는 지도자 됨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아래의 교회들을 통해 아시아에서 목격한 교회지도자 됨의 사례를 소개한다.

인도 마토마교회 
AD52년부터 유래된 사도 도마의 선교 전통을 이어가는 마토마교회는 선교적 정체성을 위해 시리안 정교회로부터 개혁된 교회이다. 교회의 궁극적 목표는 선교이고 선교를 위해 교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교회를 섬기는 비샵 후보들은 독신을 자발적으로 선택했고 대부분 신학자들로 훈련을 받았다. 그래서 비샵이 된다는 것은 신학적 기초를 세워서 교회의 선교적 방향을 이끌어 가는 것을 의미했다. 교회일치운동에 앞장서는 것도 비샵들의 몫이다. 북인도교회, 남인도교회, 마토마교회 사이에 상호 교역인정과 일치 과정은 든든한 신학적 연대 속에서 추진된다.

남인도교회(CSI) 
남인도교회의 한 교구에서는 비샵을 뽑을 때 적당한 후보가 없다고 판단이 되면 총회의 비샵 추천위에서 다른 교구에서 비샵 후보들을 추천하여 선출한다. 유명한 선교신학자 레슬리 뉴비긴은 남인도교회가 출발하던 해에 인도 사람들에 의해 비샵으로 선출된 영국출신의 선교사였다. 비샵은 해당교구의 대표자이기도 하지만 교구에 속한 전체 교회를 살필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진 지도자이다. 남인도교회가 세계교회 안에서 지도력을 갖게 된 것은 비샵들이 신학적 선교적 기여를 통해 남인도교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킨 것을 세계교회가 인정한 것이다.

필리핀그리스도연합교회(UCCP)
본인이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선교동역자로 섬겼던 UCCP는 미국으로 파송된 5개의 교단선교부(장로교, 감리교, 회중교회, 제자교회, 형제단)가 1948년에 연합교회를 설립한 독특한 경험을 가진 교단이었다. 선교를 위해 교파주의를 극복하고 필리핀 상황에 적합한 신앙고백과 교회의 구조를 새롭게 만들어 냈다. 장로교 배경의 교회들이 숫자상으로는 더 많았지만 대회의 대표와 본부 사무총장을 비샵이라고 하면서 사도적 계승에 의한 비샵이 아니라 교회 전체를 돌아보는 행정책임자로서 비샵이라고 불렀다. 비샵의 선거도 해당 교구에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4년에 한번 열리는 총회에서 총대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서 지역대회를 섬길 비샵들을 선출했다. 지역대회 뿐 아니라 비샵들이 총회의 상임위원회를 하나씩 맡아서 신학적 행정적 지도를 하고 있었다.
 
UCCP의 지역노회는 Confernce Minister(이하 CM) 라고 부르는 전임(Full time) 노회장이 있다. 노회의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Conference Council)의 의장은 평신도가 될 수 있지만 노회의 선교적 방향과 지교회를 목회으로 돌보는 역할은 신학적 훈련을 받은 목회자를 세운다. 보통 2년에서 최장 6년의 임기동안 지교회 목회를 중단하고 노회 전임목회로 부름을 받아 신실하게 섬기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전임 노회장의 경험을 가진 이들 중에서 대회 비샵이 나오고 그들 중에서 총회 본부 사무총장이 나오는 상향식 지도력 배출과정이 있다.

뉴질랜드장로교회(PCANZ)
필자는 2012년부터 뉴질랜드장로교회의 아시안사역총무로 초청을 받아 섬기고 있다. 2012년 10월에 회집되었던 PCANZ 총회에서는 총회장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 2년 임기를 4년으로 바꾸고 결정권이 없는 명목상의 지도자에서 교회의 선교적 흐름을 주도하고 자극하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자는 토론이 있었다.
 
결론은 2년 임기를 유지하면서 교회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났지만 토론 과정에 참여한 전국교회들에게 기독교가 약화되고 있는 절박한 시기에 뉴질랜드 장로교회 총회장은 어떤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였다.
 
'교단(제도교회)의 대표자 인가? 선교공동체의 지도자인가?'이 토론을 거쳐서 총회장에 선출된 현 총회장 앤드류 노튼 목사는 2014년 총회 주제를 '영감있는 선교(Inspring Mission)'로 정하고 전국 노회와 교회를 순회하기 위해 시무교회로부터 휴무하고 '선교적 총회장'으로 역할에 전념하고 있다.
 
PCANZ는 섬김의 지도력(Servant Leadership)을 총회의 정책문서에서 다루고 있다. 회무에 대한 의결권한과 사역에 대한 실행권한을 분산하고 교회 전체를 돌아보는 역할은 총회장이 하고 사업의 실행은 총회총무와 부서 총무들이 하도록 하였다. 최근에 있었던 총회장과 부서 총무단과의 간담회에서도 현 총회장은 총회 주제인 '영감있는 선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설명하고 총회의 부서총무단들이 지역노회 행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선교적으로 요청하였다. 임기동안  PCANZ 총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선교적 동원과 격려에 앞장서는 총회장을 전국교회는 신뢰하고 존경하고 있다.
 
PCANZ에서 경험한 총회장 선거절차는 너무나 조용한 선거였다. 입후보 과정이 없이 전국교회가 무작위로 추천한 차기 총회장 예비 후보들 중에서 상위 4명에 추천된 사실을 알리고 예비 후보자들이 수락하면 후보들의 소개와 함께 선교적 비전을 담은 문서를 전국교회로 발송한다.
 
지교회 당회에서 4명의 후보중에서 선호하는 후보를 정하여 공문으로 총회로 보내면 사실상의 절차가 마무리되고 총회 석상에서 그 결과를 발표함으로 차기 총회장 선출을 선출한다. 한국식으로 보면 싱거운 선출과정이다. 향후 2년간 차기 총회장(Moderator Designate)으로 총회를 섬길 체계적인 준비를 한다.
 
해외교회의 사례를 종합해 보면 교단을 섬기는 지도자는 건강한 신학적 기초 위에, 총회를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을 가졌고, 선교적 차원에서 세계교회안에서 교류하고 협력하는 포용력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는 한국교회의 총회장들의 역할도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는 힘 있는 지도자라기 보다 총회 전체를 신학적으로 목회적으로 돌보는 섬김의 지도자로 발전해 갈 필요가 있다.
 
선거규정보다 총회장의 직무와 역할을 명시하고 부총회장때부터 차기총회장으로서 직무수행을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임기동안 총회를 위해 전적으로 헌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경균 선교사/뉴질랜드장로교회아시안사역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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