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 삼위일체 주일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5월 11일(월) 16:32
▲ 삼위일체에 대한 상징.

교회력은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구속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교회사 속에서 도출된 신학적 결론들을 중심으로 기획된 것들도 있다. 삼위일체주일이 대표적인 것인데, 로마 가톨릭, 성공회, 루터교, 감리교, 심지어는 교회력을 크게 따르지 않는 침례교에서도 기념할 정도로 중요한 교회력이 되었다.

오순절 이후부터 대림절 시작 전까지를 보통주기(Ordinary cycle)라고 한다. 보통주기에 해당하는 주일들은 평범한 주일들이기에 별칭을 붙이면 오히려 예배주제의 다양성을 제한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많은 교회들이 해당 주일들을 '오순절 후 ○○째 주일'이라 칭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도 '삼위일체주일'만큼은 '오순절 후 첫째 주일'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삼위일체주일이 교회력에서 이미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회력은 기독교 초기 전통들에 근거하지만 삼위일체주일은 중세에 확립되었다. 4세기에 이단으로 판정된 아리우스주의가 급속히 번져나갈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아타나시우스의 신학을 기도와 찬송 등에 최대한 담아 보급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아직 삼위일체주일이라는 명칭이나 공식적인 예배로 구현되지는 못했다. 아리우스는 오직 성부 하나님만이 완전하시고 태어나지 않으신 분이며, 성자 예수님은 성부에게 종속적이고 존재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고 이해한 반면, 아타나시우스는 성부와 성자의 동일한 본질을 주장하며 삼위일체신학의 견고한 기초를 세웠다.

삼위일체주일이라는 명칭은 7세기에 시작되었으나 공식적인 예배 없이 삼위일체신학만을 기념하다가, 14세기에 이르러서야 공식적인 예배를 갖추며 교회력에 포함되었다. 이 때 아타나시우스의 신경을 낭송하는 것이 예배의 핵심적인 특징이 되었다. 그런데 고대의 신학적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중세 후기에야 교회력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예배에서 항상 삼위일체 하나님을 찬양하는데 특별한 날을 별도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겠냐는 반대 입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20세기부터 삼위일체주일은 가장 중요한 교회력의 하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삼위일체신학은 현대 실천신학 분야에서도 크게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협력과 균형의 가치와 의의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기독교적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의 모든 영역에서의 힘의 균형과 협력적 조화에 대해 가르치고자 할 때 삼위일체주일이 가장 적합한 교회력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아브라함을 찾은 세 천사의 모습은 삼위일체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동방 정교회의 예술적 표현이다. 이후로 서방에서는 하나님을 더 노골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신인동형론적인 표현들의 신학적 한계가 지적되면서 도형과 같은 추상적인 방식들이 발전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는 삼각형의 세 꼭지점 주변으로 세 개의 원이 서로 균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라마다 혹은 교단마다 약간의 디자인 변형을 통해 다양한 상징들이 발전하였다. 삼위일체주일을 위한 교회력 색상은 흰색이다. 신천지 등 많은 이단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기독교에게 삼위일체주일을 준수함이 가져다줄 유익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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