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지진 르포 1> 총회, 네팔 긴급구호 실시

[ 교단 ]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5년 05월 11일(월) 14:43
   
▲ 네팔 다딩의 고지대에 위치한 써때대비 마을에서 지진으로 집을 잃은 가족이 망연자실 앉아 구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신동하 차장>

【네팔 카트만두ㆍ다딩=신동하 차장】 총회가 네팔 지진 긴급구호 지역으로 선택한 다딩(Dhading)은 가는 길이 이재민들의 삶만큼이나 고단하고 험난했다. 총회 긴급구호팀은 8일 새벽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서 다딩 중심시까지 승용차로 3시간, 이어 해발 3000m의 산을 앞두고 버스로 갈아타 3시간을 내리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고지대에 거주하는 지진 피해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서는 100굽이가 넘는 비포장 언덕을 넘어야 하기에 힘 좋은 버스가 최우선 선택이었다. 산을 따라 꼬불꼬불 나 있는 '울퉁불퉁 도로'는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 차창밖 아래 낭떠러지를 보면 아슬아슬한 마음이 든다.

긴급구호팀은 버스에서 내려 2시간을 걸어가서야 이재민이 방치되다 시피한 마을에 도착했다. 고산병으로 저산소증 증세가 나타나고 '도대체 이런 산간오지에 사람이 살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주민 수백명이 긴급구호팀 주변으로 모였다.

이 험난한 재난구호 여정에 총회장 정영택 목사, 총회 사회봉사부 이승열 총무, 총회 네팔선교사회 선교사들이 함께 했다. 본보 기자가 긴급구호 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 총회 긴급구호팀은 구호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산간오지의 이재민들을 돕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다딩의 한 산간지대에서 총회 구호물품인 쌀을 전달받기 위해 모인 이재민들. <사진=신동하 차장>

총회 네팔선교사회는 대지진의 진앙지인 카트만두 북서쪽 고르카(Gorkha)에서 1차 긴급구호를 마치고, 총회 재해구호 실사단이 5월 7~10일 일정으로 지진현장을 찾아오자 2차 긴급구호 지역으로 택한 다딩으로 향했다. 총회장이 해외 재난구호 현장을 긴급하게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영택 총회장은 "네팔을 긴급하게 찾은 것은 교단적 관심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네팔 지진사태의 참상을 볼 때 체계적인 중장기 복구계획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기에 실사를 왔다"고 설명했다.

총회는 네팔 지진참사 긴급구호금으로 10만달러를 책정하고 이번 실사 과정에서 2만5000달러를 총회 네팔선교사회를 통해 우선 집행했다. 총회는 중장기 복구 프로젝트를 위해 현재 모금을 실시하고 있다.

총회 네팔선교사회 선교사들은 고르카에서 25kg 쌀 800포(20톤 분량)를 이재민들에게 나눴다. 네팔의 초교파 선교사 모임인 네팔한인선교사회가 중복구호를 피하고자 지역을 분할한 가운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는 고르카와 다딩 쪽을 맡았다.

기자가 동행한 2차 긴급구호 현장인 다딩은 저녁이 되자 암흑도시로 변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데다 지진 여파로 전기공급이 끊기며 가냘픈 불빛 한줄기도 보이지 않았다.

새벽녘 여명이 비치자 처참하게 무너져내린 건물과 가옥이 눈에 들어왔다. 이재민들은 남루한 천막에 몸을 뉘이고 있거나 초점을 잃은채 멍하니 길거리를 방황했다.

거리를 거닐다보면 흙먼지가 눈과 코를 괴롭힌다. 네팔 빈민들의 대부분 가옥들이 돌과 흙으로 대충 지어져 지진으로 주저앉으면서 발생한 먼지가 마을 전체를 사막화시켰다.

총회 구호팀이 피해상황을 살피고있자 한 여성이 다가왔다. "나마스테"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집을 잃었다.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제발 도와달라"고 사정했다.

   
▲ 해발 3000m 고지대에 위치한 다딩 써때대비 마을의 무너진 집터에서 복구작업을 거들던 어린이들. 네팔 어린이들이 새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기도와 후원이 절실하다. <사진=신동하 차장>

총회는 긴급구호 지역을 선정하면서 소외받는 주민들을 주목했다. 현재 네팔은 전세계에서 몰려든 구호팀과 NGO단체가 북새통을 이루며 구호에 나서지만 이 와중에 구호에 소외받는 주민들, 특히 산간오지에 갇혀있는 사람들에게는 물자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고르카와 다딩 일부가 그랬다. 다딩에서는 25톤 분량의 쌀이 이재민들에게 전달됐다. 쌀을 받아든 이재민들의 얼굴에서 잠깐이나마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다딩의 산간오지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목숨은 건졌지만 집이 무너져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재민은 구호팀을 보자 눈물을 쏟아내며 "감사하다. 감사하다"를 외쳤다.

총회 사회봉사부 이승열 총무는 "총회는 그동안 재해구호 시에 남들이 어렵다고해서 잘 가지 않는 지역을 찾아 도움을 주었다"며 "이번 네팔 지진참사의 경우, 총회와 선교사들이 긴밀하게 협력해 총회 재해구호 매뉴얼대로 신속하고 정확한 구호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총회파송 선교사들에 따르면,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5월 10일 현재까지 교회 피해는 32곳, 교인 17명 사망, 교인 4500명이 크고 작은 부상과 재산 피해를 본 것으로 전했다.

총회 긴급구호에 참여한 네팔 젤라교회 마즐링 목사는 "우리 네팔 기독교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넓고 크게 복음을 전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하나님은 크신 분이다. 하나님의 긍휼을 의지하며 한국교회의 기도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선교사회의 보고활동을 기반으로 총회는 교회 재건과 교인 및 이재민 생계지원, 생필품 공급, 트라우마 치료 등으로 중장기적인 구호 방향을 잡고 있다.

총회장 정영택 목사는 "정상화에 안간힘을 쏟는 현지인들을 위로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해야 하는 책임이 우리 총회에 있다. 사랑은 나누면 커진다"며 "개교회적으로 구호에 나서는 교회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큰일을 치를수록 구호 창구를 총회로 일원화 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네팔 북마티 지역의 지진피해 가옥. 6월부터 우기가 시작돼 산사태와 전염병 확산 등 제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신동하 차장>

총회 네팔선교사회는 3차 긴급구호로 총회 사회봉사부와 협력해 신두팔촉(Sindupalchowk) 지역의 구호를 계획하고 있다. 신두팔촉은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총회 네팔선교사회장 김정근 선교사는 "신두팔촉 지역은 가옥 대부분이 완파되거나 부분 파손돼 구호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6월부터 시작될 네팔의 우기를 앞두고 지붕 역할을 할 양철판 매입을 준비하고 있다. 우기가 시작되면서 2차피해로 전염병 확산 우려도 제기되며 의료선교회와 연계한 의약품 지원도 고려하고 있다.

총회파송 이원일 선교사는 "네팔은 6월에서 9월까지 집중적으로 비가 내린다. 이를 대비할 양철지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절망의 땅 네팔에서 희망을 전하는 일을 총회가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총회는 재해구호금을 모금하며 전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네팔의 슬픔을 나누고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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