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과 세계 종교분포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5년 04월 21일(화) 15:37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1980년대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인 밀렌도르퍼는 세계 각 국가의 생산성을 정량적 기법을 통해 분석했다. 경제학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생산함수와 시계열 경험치를 활용해 생산성을 측정하고 결과값을 가장 높은 순위부터 5단계로 구분했다. 그리고 이 생산성 단계를 세계지도에 표기하니 놀랍게도 상당히 뚜렷한 세계 종교지도가 되더라는 것이었다.

가장 생산성이 높은 지역은 중북부 유럽과 북미 지역 등 개신교가 주 종교인 지역이었다.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은 중남미의 일부 가톨릭 지역과 유럽의 정교 지역이었다. 세번째 생산성 지역은 그외 중남미 지역과 일본이었다. 밀렌도르퍼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은 소득은 높았지만 투입한 자원 대비 산출물이 많지 않았다. 네 번째와 다섯번째 생산성 지역은 인도, 중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개도국이 차지했다.

밀렌도르퍼의 연구는 상당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학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주류 경제학에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이유로 밀렌도르퍼 연구의 논리적 취약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국가 간 생산성의 격차는 종교적 차이보다는 기후 여건의 차이, 자본의 차이, 과거 식민착취의 경험, 경제시스템의 차이 등 다양한 요인에 근거할 수 있다. 즉,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부족했을 수 있다. 하지만 밀렌도르퍼가 생산성의 격차가 종교지도와 같다고 했지, 꼭 종교가 원인이라고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만약 생산성의 결정 요인에 관해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면 후속 논문들에서 언급되고 토론됐어야 했을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아마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에게 종교가 다루기 부담스러운 변수로 느껴졌을 것이다. 종교적 차이는 전통적 경제학의 영역이 아닌데, 경제학자가 자칫 잘못 다루다가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낙인 찍히지 않을까 우려했을 수 있다. 철학이나 사회학과 달리 경제학은 인간의 가치체계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경제 분석에서는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으며 이들이 가진 유일한 가치체계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상당히 일반적인 인간상을 전제로 한다.

아쉽게도 밀렌도르퍼의 연구결과는 몇몇 기독교인 경제학자들 사이에 화자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시야를 넓힌다면 그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청교도적 가치관이 산업혁명의 동력이었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Max Weber)는 경제적 산출물이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의 결과라는 청교도적 가치관이 경제활동에 동기를 부여해 결국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기독교는 주요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본을 그 자체로서 죄악시하지 않는다. 정직한 방법으로 열심히 일하고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입하여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모든 자원과 물질은 창조주에게서 오는 것이며 이로 인한 축복 또한 하나님의 섭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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