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무게는 온 우주의 무게

[ NGO칼럼 ] NGO칼럼

김성희 상무
2015년 04월 21일(화) 13:51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일 년이 지났다. 계절이 네 번 바뀌고, 고통스럽게도 봄꽃들은 또다시 환하게 피어났다. 사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우연히 벌어진 일이겠거니 생각하며 처음에는 모두들 울음을 삼켰다. 한동안 사고 원인을 분석하며 우리 사회를 성찰하는 분위기가 일었다. 돈만 좇으며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일의 동기나 과정보다는 성과와 효율만 중시하는 세태, 수단을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기만을 종용하고, 절차적 합리보다 일방적인 명령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허풍선 같은 경제성장과 물질의 풍요만을 위해 맹목으로 달려오는 동안 우리들 마음속에 자라난 괴물 같은 이기심이 비극적인 사고를 불러온 것은 아닌지, 어린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어른들이 함께 돌아볼 수밖에 없다.

바다에 침몰한 것은 단순히 한 척의 배만은 아닐 것이다. 차마 똑바로 쳐다보기 부끄러운 이 시대 대한민국 자체이며 천진한 학생들이 품고 있던 우리들의 미래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실을 규명하자는 것은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말만은 아니다. 사건을 초래한 사회 현실을 그대로 방치하는 한 누구라도 또다시 그러한 비극에 희생될 수 있기에, 사고를 일으킨 원인, 벌어진 실상, 사고 이후 대응 과정에 대해 자세히 살피고, 원인을 제공한 우리시대의 그릇된 정신과 문화, 사회적 관행이나 법과 제도, 책임이 있는 개인과 기관들까지, 낱낱이 드러내고 새살이 돋게 하지 않는다면 2014년 4월 16일로부터 우리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그러나 지난 일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기는 커녕 어떤 면에서는 사고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 유족들이 광장에서 한뎃잠을 자며 추운 겨울을 나는 동안 우리들은 차마 광화문 광장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도 힘겨웠다. 출근 길 일터로 향하면서, 들판에 나가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끼니마다 밥을 삼키면서, 우리들은 마치 공범이라도 된 것처럼 고통스러운 심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배를 가라앉게 만든 우리시대의 물신주의를 개선하지도, 어린 학생들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속수무책의 공권력을 변화시키지도, 진실규명이나 재발방지 대책, 아무것도 진척시키지 못한 채 오히려 유족을 조롱하며 능멸하는 정신분열적인 증상마저 출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들이 양보하고 여야가 합의해 제정한 세월호특별법은 최소한의 조사권한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시행령을 통해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옥죄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진상규명에 주저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국민들의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왜 참혹한 죽음을 맞아야 했는지 알고 싶을 뿐일 것이다. 이제라도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인정이다.

김성희 상무 / 한살림연합 기획홍보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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