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엘리야 증후군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정명철 목사
2015년 04월 21일(화) 13:50

지난 3월 24일 142명의 승객과 6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바르셀로나를 출발하여 뒤셀도르프로 향하던 항공기가 알프스산맥에 추락한 사고가 발생하여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였다. 이 사고 원인에 대해 많은 추측들이 있었으나, 사고를 일으킨 부기장의 우울증에 의한 '고의 추락' 사고로 결론이 지어지며 우울증이 새로운 이슈가 되었다.

우울증(Depressive Disorder)은 영어 단어를 살펴보면 기분을 저하시키는 질병 또는 우울하게 만드는 질병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우울하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황폐화 시키는 무서운 질병이다. 우울증과 함께 조울증은 조증과 울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대인의 역병과 같다. 우울증과 조울증은 당사자에게만 해를 끼치는 질병이 아니라 가족과 관계된 사람들이 함께 고통을 겪어야 하는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나는 질환 1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근래에 매년 10% 가까이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있다.

성경에도 우울증 환자가 한사람 나온다. 구약 최고의 선지자인 엘리야이다. 엘리야는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인과 대결하여 승리하고 난후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소위 '엘리야 증후군(Elijah Syndrome)'이다.

목회자들을 만나 대화하다 보면 예상외로 많은 목회자들이 우울증의 증세를 겪었음을 고백한다. 과도한 업무량, 교회성장에 대한 부담감, 목회의 실패, 재정적인 압박, 설교에 대한 부담, 교인관계의 어려움, 영적인 충만함에 대한 교인들의 요구 등 교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몸부림 치다보면 한계를 느끼게 되고 마음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최고의 우울증 위험군이다. 목회자뿐이겠는가? 교회마다 갈등이 일어날 때 교회 전체가 심각한 집단적인 마음의 병을 앓게 된다. 또한 한국교회의 우울한 상황이 교회 전체를 집단우울증으로 몰아가고 있다.

개인에게 찾아오는 우울증은 치료약이 있지만 집단적인 우울증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우울증은 '두뇌의 물리적인 현상'에 의해 생긴 것이다. 적절한 치료약물과 상담 또는 믿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질병이다.

오늘의 시대를 한국교회의 위기라고 말한다. 위기는 거꾸로 하면 기회다. 믿음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이다. 집단적인 우울증도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말이다. 나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이다.

엘리야는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인과 싸워 승리한 직 후 갈멜산에서 이스르엘까지 44km가 넘는 거리를 아합왕의 마차 앞에서 달려갔다. 마라톤 경기의 거리가 42.195km 인데 마차보다 빨리 뛰었으니 세계 신기록이다. 이 장면을 읽어 볼 때마다 왜 엘리야는 미친 사람처럼 뛰었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합이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내가 하려고 하면 지친다. 넘어질 때가 온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세계교회에 유례가 없는 부흥을 해왔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위기는 하나님 앞에 다시 겸손히 엎드려야 할 기회이다. '내 힘으로 안됩니다'하고 엎드려야 한국교회가 다시 살길이 열린다. 한국교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밝게 보고, 밝게 살아야 한다. 몸도 마음도 환경도 밝게 바꾸어야 한다. 당회실에 들어가 보면 장로님들이 컴컴한 방에 앉아있는 것을 보면 전기세를 아끼려고 하는 그 마음에 가슴이 짠해진다. "장로님들께서 우울증 걸리면 우리교회 큰일 납니다"하고 웃으며 전등을 다 켜고 다니곤 한다.

한국교회가 우울증 걸리면 큰일 난다. 우울증은 치료의 시기를 놓치면 매우 위험해진다.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는 말이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냄새나는 마룻바닥 교회에서 무릎 꿇고 부르짖었던 그 기도, 그 찬양, 그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자. 한국교회의 우울증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살아보자.

정명철 목사 / 도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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