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진실한 사랑서 출발

[ 문화 ] '사랑하면 통한다'펴낸 대화교육전문가 박재연 씨가 말하는 리플러스 대화법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04월 21일(화) 11:31

'대화'라는 것을 하면 할수록 너의 얼굴은 굳어져 가고 나는 점점 지쳐간다. 아 어렵다 어려워. 내 마음도 모르겠는데 너의 마음은 더 모르겠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니? 내가 뭐가 부족한 거야!

분명히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라는 것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고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상황. 참으로 '소통'하기 힘든 '불통'의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일까. "소통하고 있습니까?"라고 묻는 이 책에 눈길이 간다. 더욱이 저자가 '말하고 듣는 방법을 다시 배우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는 '대화교육 전문가'라니 제대로 된 대화법을 배워보자는 사심 가득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사랑하면 통한다'(비전과 리더십)의 저자 박재연 씨(지구촌교회)를 만났다. 저자와의 대화가 진행될 수록 이 책은 대화의 '기술'을 배우려는 독자들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저자가 강조하는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진실한 사랑"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대화교육 전문가'로서 활동한 그가 제시하는 'RE+리플러스 대화법'은 '내가 나를 먼저 마주하고 사랑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먼저 대화의 시작은 '자기고백'에서 출발한다. 어린시절 상처부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일들을 모두 고백해야 한다. 마음속의 아픔과 사건들을 왜곡하지 않고 숨기지 않고 그대로 털어놓는 것이다. 자기고백을 하고 나면 자신에 대한 뜨거운 '연민'이 올라온다. 화가 아닌 슬픔이 느껴지면 이때 자신을 안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에게 상처를 준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과 분노가 조금씩 사라진다고.

그러면 상대방과 내가 무언가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가령 어린 시절부터 원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들. 충분한 사랑, 안정과 돌봄, 관심과 같은 욕구들은 나뿐 아니라 상대에게도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나에게 아픔을 주었던 그들도 힘들었던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했겠구나 혹은 관심과 배려가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그 행동 뒤에 숨겨진 아픔과 욕구를 읽게 된다.

자기고백과 연민, 연결의 과정을 지나면 마침내 '소통'이 가능해진다. 상대를 원망하느라 보지 못했던 내 안의 욕구를 하나님께서 보게하시고 상대의 아픔과 슬픔을 껴안을 수 있게 하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화법이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대화교육 전문가'인 저자 스스로도 "하는 것(Doing)은 되지만 사는 것(Living)은 잘 안된다"고 고백한다. "나 또한 모든 관계가 다 평화로운 것은 아니다"는 저자는 "소통의 관계에 있어서는 언제나 연결과 단절이 공존한다. 다만 회복의 시간이 굉장히 짧아지고 있다. 이것은 굉장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어쩌면 '자기계발서'에 가까울지 모르겠지만 조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저자가 어린시절 겪었던 상처를 극복하고 성숙해가는 여정이 담긴 자기고백서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어릴 때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학대를 경험하며 낮은 자존감으로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고백한다.

특히 저자 스스로 자녀를 양육하며 자녀에게 학대의 '대물림'을 이어가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그는 어떤 절실함을 느꼈다고. 그래서 그는 "나의 궁극적인 소명은 대화 교육을 통해 어른들이 아이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 수익금 전액이 아동학대 보호쉼터 설립에 지원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저자가 제안한 한가지 대화의 팁이 기억에 남는다. 상대의 비난이나 공격적인 대화를 '부탁'으로 듣는 방법이다. 가령 상사가 "이래서 월급 받을 자격이 있냐?"라고 말했다면 "내가 능력을 발휘해서 인정받기 바라는 마음을 상사의 방식대로 부탁하고 있다"고 해석해 보라는 것. '부탁'으로 듣다보면 상대의 비난에 상처받기 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상사의 욕구를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말한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