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생각 보다 높고 깊은 문화의 장벽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이준재 선교사
2015년 04월 20일(월) 18:47

경비 서면서 청소도? 이곳에선 '안될 말'
한 가지 일만하는 카스트 문화가 기본
체면 문화 한국보다 심해

▲ 파키스탄 주식인 '로띠'를 만드는 여인들.

선교지에 가면 깜짝 놀랄 역사들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주님을 영접하고 기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선교지에 처음에 도착하면 알 수 없는 언어와 이해할 수 없는 습관과 풍습, 그리고 문화가 큰 파도처럼 밀려온다. 살기 어려운 나라일지라도 관광과 여행으로 방문하면 불결한 음식조차도 호기심으로 먹을 마음이 있다. 그러나 관광이 아니고 자리잡고 살면 시간이 갈수록 문화의 높은 큰 장벽을 느낀다. 더욱이 같은 언어, 습관을 공유해 온 한국사람은 타인종과 타문화에 대한 경험이 적어 선교지에서 모든 것을 한국식으로 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문화인류학자 찰스 크래프트는 선교지에는 진리의 충돌(truth encounter), 충성에의 충돌(allegiance encounter) 그리고 영적 충돌(power encounter)이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크리스찬이나 선교사가 만일 인도에 가면 힌두교의 틀린 진리와 틀린 신에 대한 충성에 대하여 충돌이 일어나며 경우에 따라 그 동네의 귀신과 한바탕 붙을 수도 있다. 필자는 여기에 문화 충격/갈등(cultural conflict)을 더하고 싶다. 복음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이 때로 다른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에서는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도둑이며, 집에 사람이 있는가 확인하고 도둑질 한다고 한다. 그런 나라에서 문밖에서 문을 두드리시는 예수님에 관한 말씀(계 3:20)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아시아의 어떤 나라에서는 달리기 할 때 상대방보다 잘 달리면 상대방의 체면을 고려하여 앞에 달리는 사람이 뒷사람을 자주 보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문화가 있다. 그런 문화권에서 열심히 푯대를 향하여 선두로 달리라는 메시지는 얼마나 맞지 않은 메시지 인가? 예를 들면 끝이 없다.

파키스탄은 기본적으로 아시아 문화권이어서 많은 것들이 한국 사람들에게는 잘 이해된다. 그러나 파키스탄 문화에 깊숙히 들어가면 인도의 카스트(caste) 문화와 회교 문화가 밑에 있어 한국과 사뭇 다른 것을 알게 된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두루두루 잘하는 한국사람의 생각과 한 가지 일만하는 카스트의 문화와 안 맞는 부분이 있다. 한번은 라호르에 사는 한국 교민이 필자에게 집의 경비를 부탁하였다. 라호르에는 좋은 집들이 많아 경비원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에 이야기 하니 많은 사람들이 대우가 좋은 한국집에서 일하기를 원하였다. 그런데 그 한국 교민이 집의 경비를 서면서 아침에 집 주위를 간단히 쓸어주면 좋겠다고 하였다. 이를 전하자 파키스탄 사람들이 모두 거절하고 아무도 라호르에 가지 않았다. "경비하는 사람은 경비만 하고, 청소는 청소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파키스탄의 체면 문화(face-saving culture)는 한국보다 심하다. 가난한 집에 손님이라도 오면 좋은 고기를 사서 대접하려고 교회에 돈을 빌리러 오는 파키스탄 사람들이 많다. 이 체면 문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사역초기에 사역하는 여자중고교의 남자 교사가 뒷문으로 몰래 학생 입학을 받았기에 "어떻게 선교사와 일하면서 그렇게 뒷문으로 학생을 받느냐"고 책망한 적이 있다(당시 저희 미션 스쿨에 오려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때 옆에 여자 교사가 있는 것을 미처 생각치 못했다. 그 남자 교사가 체면 구긴 것을 잊지 않고 후일 학교를 그만 두면서 경찰서에 선교사가 무슬림에게 전도한다고 고발하여 경찰서에 불려간 적이 있다. 파키스탄에서 무슬림 개종을 위해 의도적으로 전도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 이후 일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방에 불러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파키스탄에서는 이 방법이 훨씬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준재 선교사 / 총회 파송 파키스탄 선교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