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기독교인 자살, 교회학교는 혼란스럽다

[ 다음세대 ] 원칙은 '생명 존중' 자살은 예방이 최선책, 영적위기 극복도 근본적 해법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5년 04월 20일(월) 14:12
▲ 기독교인의 자살이 늘면서 교회학교의 고민도 커지고 있도. 전문가들은 생명존중의 가치 함양과 함께 자살 예방에 신경을 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리스트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회장. 그의 장례식장을 비추는 뉴스 화면 중 유독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영정 아래 놓여진 빨간색 십자가 문양.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 성완종 회장은 기독교인이었다. 그냥 신자도 아니고 한 교회의 장로로 시무하던 중직자였다.

기독교에서 금기시하고 있는 자살. 하지만 교회가 해서는 안될 일로 막고 있는 자살을 선택하고 있는 신자들은 의외로 많다. 종교별 자살자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전체 자살자 중 기독교인의 비율을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유명인들의 자살 뉴스에서는 이번 성완종 회장 때처럼 십자가 문양이 담긴 빈소라든지, 목사가 장례를 집례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독교는 자살을 금지한다'는 원칙과 '늘어나고 있는 기독교인의 자살' 사이에서 교회학교는 자살에 대해 어떻게 교육할까. 몇 해 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총회장:정영택)가 발표한 '자살에 대한 목회 지침서'에서는 자살을 '하나님의 고유한 권리를 부정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죄악의 행위'로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목회 지침서에는 하나님의 형상은 사람이 죄를 짓고 타락한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생명을 파괴하는 것을 금지하고(창9:6; 약3:9), 성삼위 하나님께서 은총으로 주신 생명에 대한 사랑, 곧 십계명과 예수님의 이웃 사랑과 자신의 몸에 대한 사랑(마22:39 참조)의 말씀을 고려할 때 사람에게 자살할 권위가 없으며(아우구스티누스, '하나님의 도성' 1권 20절 참조). 오직 하나님만이 사람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살은 하나님, 자신, 그리고 이웃을 향한 죄(아퀴나스, '신학대전' 2부의 2부 64문제 5절 참조)라고 명문화 하고 있다. 다만 목회 지침서에는 자살에 대한 판단과 정죄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지침서에는 '사람의 일을 사람의 속에 있는 영외에 누가 알리요 이와 같이 하나님의 일도 하나님의 영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느니라'는 고린도전서 2장 11절의 말씀을 들어 "인간의 지혜와 판단에 가려진 채 오직 하나님께만 알려지는 영역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시말해 "우리 인간의 지식과 지혜로 도저히 설명하고 이해할 길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하나님의 신비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통해 자살을 쉽게 판단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지침서는 자살을 목회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설명해 주는 가이드 라인으로 벌어진 일에 대한 지침이지 자살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교회학교에서 자살에 대해 교육하는 건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개념 이상을 벗어날 수는 없다. 영남신대 장순애 교수는 "자살에 대한 다양한 목회적 접근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교회학교에서 교육할 때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스스로 죽일 수 없다'는 원칙을 넘어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www.lifehope.or.kr)의 경우 자살을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교회학교가 이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라이프호프에 따르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징후와 경고 신호가 분명 있다.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슬퍼질 때, 부쩍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때, 자살에 쓰이는 약에 대한 정보를 궁금해 하거나, 감정의 기복이 클 때, 갑자기 침착해 질 때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족이나 친지, 친구에게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말하거나 성직자나 의사를 찾아 상담을 시도하고 식욕을 잃는 등의 증상은 곧바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살을 결단하고 나면 수면 형태가 바뀌어 잠을 못 자던 사람은 푹 자고, 잠을 잘 자던 사람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뚜렷한 이유 없이 깜짝 놀라거나 안절부절, 식사거부, 불면증을 호소하거나 △성격이 충동적이거나 폭발적, 자기 파괴적 성향이 강한 경우 △죽음에 대한 내용을 글로 쓰거나 언급할 때는 매우 위험한 상황인 만큼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한국교외의 영적 위기가 기독교인의 자살률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있다. 이같은 주장은 자살을 선택하는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신앙으로 훈련시켰어야 할 교회의 역할에 방점을 찍는 접근법이다. 기독교인의 자살과 관련한 여러 저서와 발표를 한 곽혜원 박사(21세기 교회와 신학포럼 대표)는 한 발표에서 "기독교인의 자살이 두드러진 시기와 한국 교회가 본질을 잃고 방황하는 시기가 거의 일치한다"면서, "희망을 잃은 기독교인들이 그동안 버팀목이 됐던 종교의 신인도가 추락하자 심리적 아노미를 경험하고 더나아가 실존의 위기로 이어져 생명의 끈을 놓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잘못된 번영 신학이 신자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성공하면 축복받고, 실패하면 하나님께 버림받은 것이라는 설교는 반드시 피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그는 "자살이 죄다, 아니다를 판단하기에 앞서 잘못된 영성을 바로잡아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하는 게 기독교인의 자살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타인의 자살 충동이 느껴질 때 지켜야 할 수칙>

1. 혼자 두지 않는다. 주변에 총, 칼, 약처럼 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물건들이 방치돼 있을 때 더욱 위험하다.
2.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혼자 해결하지 말라.
3. 도움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동안엔 차분하게 대화를 한다. 시선을 마주하고 손을 잡고 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4.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라이프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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