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 어려울 지언정 장애는 아니죠"

[ 우리교회 ] 충남노회 덕산소망교회, 보리쌀 팔아 교회의 기틀을 다져가는 교회 "마을의 희망이 될래요"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5년 04월 20일(월) 13:56
   
▲ 덕산소망교회 교인들이 교회 창립 예배 후 본당에 모였다.

【충남 예산=장창일 차장】충남노회 덕산소망교회(정덕채 목사 시무)는 예산의 끝, 서산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홍성이 지척인 세 도시의 꼭지점에 위치해 있다. 지역적으로는 큰 장점이 있지만 이 교회는 나지막한 산의 초입에 위치해 있는 작은 교회로 아직 미자립 상태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덕산소망교회가 품은 소망의 크기 만큼은 작지 않다.

정덕채 목사는 "미자립교회로 늘 어렵지만 교회 건축도 진행 중"이라면서, "물론 대단한 건축은 아니지만 1980년대 초반 날림으로 지었던 기존의 예배당이 노후돼 더이상 사용할 수 없었던 만큼 그 전 예배당과 비교하면 정말 좋아진 셈"이라고 소개했다. 이 교회는 5월 말이면 본당 건축이 마무리 되고 교육관도 조만간 완공 예정에 있다.

물론 정 목사의 말대로 덕산소망교회의 새 예배당과 도시의 으리으리한 교회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동산 위, 조용한 마을 분위기와 어울리는 소박한 소재로 지은 언덕 위 작은 교회다. 물론 이 같은 소박한 교회이지만 건축이 마무리 되는 걸 기점으로 새로운 사역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교회는 늘 교인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져왔다. 교회 재정이 어려워도 부부가 상의하지 않은 헌금은 돌려 보냈을 정도. 교인들의 가정이 행복해야 교회가 행복하고 더나아가 마을 전체에 웃음이 이어진다는 게 정 목사의 소신이다. 교인 가정이 편안한 만큼 마을도 교회를 중심으로 화목하다. 교회는 농한기 때 주민들을 위해 윷놀이 대회도, 마을잔치도 열어 준다. 소박하지만 행복한 모임이 된다. 새 성전이 완공되면 교회가 주민들로부터 더욱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정 목사의 기대다. "저희 교회 교육관에 주민들이 다 모여 웃고 떠들고, 또 그렇게 복음도 전하고... 그날이 속히 오기를 늘 기다립니다."

특히 덕산소망교회를 통해 예산군 덕산면 광천중앙길 일대를 방문한 도시 교회들이 부지기수다. 덕산소망교회가 직접 나서서 마을의 노후한 주택을 보수할 수는 없어도 여력이 있는 도시 교회를 마을로 초대할 수는 있는 일. 이런 주선을 통해 마을과 덕산소망교회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 됐다. 물론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장년 교인 대부분인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선교헌금을 통해 해외 선교사 3~4명도 후원하고 있고 앞서 말한 마을 섬기는 사역에도 사용하고 있다. 

교인들의 신앙성장을 위해선 '새벽성경학교'를 활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새벽에 성

   
 

경공부를 하는 것. "농촌이 무척 바쁩니다. 따로 모일 시간이 마땅치도 않고 해서 새벽 기도회 후 성경공부를 하고 있죠. 이미 많은 교인이 수료했고 무척 좋아 하십니다. 이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 말을 하며 정덕채 목사는 그동안 교육했던 교재들을 보여줬다. 성경을 구석구석 꼼꼼히 가르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풍족한 교회들은 상상도 하기 힘든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덕산소망교회의 사역은 쉬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교회 건축을 하고 있다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농촌교회, 궁금증은 덕산소망교회가 여전히 미자립상태라는 지점으로 돌아갔다. "기존 교회가 아무리 노후돼 물이 새고 바닥이 무너지더라도 과감히 건축을 결정한 건 좀 놀랍다"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 기가 막혔다. "보리쌀을 팔고 있어요. 다행히 저희 교회에 마진을 크게 붙이지 않고 보리쌀을 제공해 주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받아온 보리쌀을 교인들이 봉투에 나눠 담고 이걸 팔아 남긴 수익금으로 교회건축을 하고 있습니다." 판매는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물었더니 "제가 직접 전국 방방곡곡으로 배달갑니다. 밤이고 낮이고..." 이 대목에서 정덕채 목사의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짧지만 무거운 침묵은 "그래도 감사합니다. 좋은 쌀 나눌 수 있어서 좋고 미자립 상태인 저희 교회가 건축도 하게 됐고..."라는 말과 함께 깨졌다. 봉고차 기름값이나 빠질까 싶은 적은 마진을 모아 교회를 건축하는 만큼 그 재정이 풍족할 리 없고 부채도 있다. 덕산소망교회가 보리쌀 판매를 중단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담임목사는 물론이고 그 가족과 전 교인이 헌신해야 현상유지되는 사역이다보니 늘 힘들지만 열매가 없는 건 아니다. 이 교회에는 청년도 있고 교회학교도 있다. 정덕채 목사가 말끝마다 감사하다고 하는 게 틀린 말이 아니었다. "교회가 좋은 소문이 나는 것 같습니다. 교회학교 학생도 올 들어 3명이나 늘었어요. 인근 마을에서 아이들이 옵니다. 교회학교 학생이 15명이에요. 교사도 있고... 새 예배당엔 자모실도 만들었고... 아참 저희 교회엔 찬양대도 있습니다." 정덕채 목사는 교회에 청년이 나오면 너무 좋아 지금도 뜬 눈으로 밤을 샌다는 말도 덧붙였다.

소박한 농촌교회, 하지만 교인들이 행복한 교회가 바로 덕산소망교회다. 처한 현실 속에서 맡겨진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며 교인과 주민들 모두에게 사랑을 전하는 덕산소망교회의 내일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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