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끝까지 함께하자

[ 특집 ] 4월특집 세월호와 교회

이승열 목사
2015년 04월 16일(목) 14:27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바로 그 다음날인 4월 17일에 나는 진도에 긴급히 내려갔다. 팽목항은 본 교단 땅끝노회에 소속되어 있는 지역이어서 땅끝노회 임원들에게 연락을 드리고 함께 만나게 되었고, 인근지역 목포노회 임원들도 팽목항을 찾아와 주셨다.
 
상황을 파악하고 긴급한 현황을 파악하면서 총회와 노회 그리고 현지 교회들이 해야 할 일들을 함께 숙의하게 된 것이다. 총회장 김동엽 목사님과 부총회장 정영택 목사님께서도 그 다음날 4월 18일 성금요일이며 부활주일을 앞둔 시점에서 긴급히 현장으로 찾아주셨다.
 
실내체육관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수백 명이 빽빽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언론사 방송사 공무원들로 그 넓은 주차장과 체육관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벌써 여러 단체들이 자원봉사를 위한 텐트를 치고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행히 본 교단을 비롯해서 진도지역 5개 교단이 연합으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그것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 두 곳에 자리를 잡았고 이 봉사는 11월 8일까지 177일 동안 어렵게 지속되었다.
 
마지막에는 모든 봉사단체들과 텐트가 거두어져 떠나고 기독교, 가톨릭, 불교 그리고 원불교의 봉사텐트 4개만 실내체육관 왼쪽 주차장에 덩그러니 남았는데 그것도 각종 생필품과 음료수 등을 끝까지 제공하며 섬긴 것은 우리 기독교 봉사텐트만이었고 나머지 3개 종교의 봉사텐트는 성직자들의 기도와 상담만을 위한 텐트였다. 한편 팽목항에서도 마지막까지 남았던 우리 교단 중심의 자원봉사텐트는 실종자 가족들과 남아있던 관련 공무원들 경찰들에게까지 생필품과 과일 음료수를 제공하는 유일한 자원봉사 텐트였다. 그리고 실종자들을 수색하느라 고생한 민간잠수사들이 매일 너무나 어려운 고생을 하는데 격려차원에서 약간의 고기, 과일, 음료수를 매일 공급해주었는데 이것을 해경이나 해군병사들까지도 와서 함께 나누어 먹고 그 어려운 수색작업을 하였던 것이다.
 
우리 교단은 세월호참사를 대하면서 긴급히 결정한 것이 있다. 부활주일 특별감사헌금의 전액 내지는 일부를 세월호참사를 위한 성금으로 모금할 것을 긴급히 현지에서 총회장님이 결정하신 것이고, 이는 긴급히 문자메시지와 팩스를 통하여 전국교회에 전달되었고 나중에 다시 공문으로 전달되어 1,200여 개 교회가 참여하여 약 10억원 가까이 모금이 되었다. 이는 현재도 전액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실종자들을 위해서 귀하게 쓰이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전국교회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현수막으로 만들어서 애도하는 분위기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이 현수막의 말대로 현재까지도 끝까지 함께 하려는 자세와 정신으로 임하고는 있지만 현실이 어렵게 되어 많은 교회들이 세월호와 연관해서 진실규명과 책임자처벌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해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실종자들을 지원하고 위로하며 도와온 입장을 도리어 정치적으로 왜곡 해석하거나 매도하는 일도 간간이일어났다.
 
지금 현재도 어렵사리 여야간에 특별법제정이 합의되었고, 배상과 보상을 위한 특별법도 합의되어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을 기대하게 되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활동이 전혀 진전이 없고, 해양수산부의 특별법 시행령(안)이 나와서 도리어 방해가 되거나 무색하게 만들려고 하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어서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또한 국회법상 절차를 어긴 잘못된 처사로서까지 분석되어 진실규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기독교인들, 교회의 지도자인 목회자, 평신도 지도자, 그리고 교단이나 기독교연합회의 지도자들 그리고 초대형교회의 담임목사 등의 말 한마디와 세월호에 대한 시각은 너무나 희생자 유가족들과 일반 시민운동을 하는 분들과 차이가 나서 수많은 희생자 유가족, 실종자가족들이 실망하고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교회를 다니던 희생자유가족들이 더 이상 교회에 다니지 못하고 같은 교회 성도들로부터도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픈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곡된 시각과 일방적인 매도는 결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는 자와 함께 우는 자세가 아닌 것이며, 정확한 근거도 없이 특별법 서명운동과 진실규명 그 자체를 부정하며 비난하는 일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고 나누고 함께 해야 할 섬김의 자세는 분명히 아닌 것이다.
 
우리 교단은 지금까지 세월호 유가족, 실종자가족, 그리고 화물차량기사들까지 직접 찾아가서 위로하고 위로금을 전달하였고, 그들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도와주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섬겨왔다.
 
팽목항에서 안산까지의 도보순례행진을 지원하였고, 유가족들의 홍보활동을 지원하고, 실종자가족들 지원, 토론회, 기도회, 긴급생계비 지원,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재판에 참여하는 방청객 가족들 돌보기, 찾아가는 치유상담, 유가족성도들을 위한 목요기도회 지원, 등 다양하게 접근하고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섬기며 관계를 유지하는 태도로 지속적으로 그들을 섬기고 있다.
 
그들도 우리 교단이 얼마나 그들을 위해서 진정성 있게 섬기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필자는 느낀다. 비록 기독교에 실망은 했어도  진정성 있는 섬김만은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앞으로도 공적책임에 대한 신학적인 차원의 문제를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공공신학 내지 공적신학의 의미를 귀하게 여기고 고민하면서 사회책임적, 사회참여적, 사회봉사적 신앙을 회복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교회는 설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며 사회로부터 외면받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쉽게 잊으라고 값싼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망각도 은혜이지만 하나님께서 주셔야 하지 강요해서는 안된다. 충분한 애도와 위로가 우선 필요하고, 진실규명이 되지 않으면 돈으로도 치유가 되지 않는다.
 
한 신학자는 신학토론회에서 기억의 윤리는 진실을 은폐하려고 하는 자들에게 대한 저항이라는 말을 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이다. 그들은 제발 잊지 말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잘해줄 수 있는 것은 그 참사와 그들의 희생을 기억해주고 진정성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함께 해주는 것이다. 무섭고 차가운 날카로운 비판의 칼로 쉽게 비난하고 매도하는 죄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승열 목사/총회사회봉사부 총무, KNCC 세월호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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