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이 교회 떠나는 이유 아세요

[ 교계 ] <세월호 1주기 기획>부주의ㆍ부정확한 말, 피해자에게는 비수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04월 14일(화) 14:48

"세월호 유가족 중 76명의 부모가 기독교인이었어요. 그런데 이중 80%는 다니던 교회를 떠난 것 같아요. 아마 나머지 20%의 부모들도 상처를 부여잡고 꾸역꾸역 다니고 있을걸요."
 
세월호 유가족인 이창현 군의 엄마 최순화 집사는 지난 9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출석하던 교회를 떠나거나 아예 신앙을 포기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교회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봉사 및 모금 등 수많은 일들을 했으며,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고 홍보해 온 것과는 배치되는 충격적인 반응이다.
 
최 집사는 "목사님들이 설교 중 정부의 발표, 혹은 세간에 알려진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 우리 피해 당사자들은 엄청난 상처를 입는다"며 "교회 목사님이 유가족들의 이야기가 아닌 정부 등 다른 출처의 이야기만 듣고 공식석상에서 발언하는 경우가 많아 교회 나가기가 꺼려진다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 집사는 "기독교는 무언가 우리(유가족)에게 하려고 하면 먼저 기자들부터 잔뜩 불러놓고 생색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에 가톨릭의 경우는 소리 소문 없이 매주 유가족들 옆에서 미사를 드리며, 티 내지 않고 조용히 돕고 있다. 유가족 중 교회를 떠나 성당으로 가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최 집사는 "올해 1월부터 작은 교회의 목사님들이 모여 안산에서 매주 목요일 기도회를 진행해주고 계시는데 이분들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는다"며 "그러나 전체적으로 봐서는 아직도 너무 미약한 움직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월호 유가족 다영 양의 아버지 김현동 집사 또한, 참사 이후 교회의 행보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토로했다. "예장 통합 교단 장청 출신으로 교회에 대한 애정이 많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 집사는 "많은 부모들이 참사 전 교회에서 봉사를 하며 열심히 신앙생활하던 분들이었지만 참사 이후에는 교회들이 유가족들과의 정서 차이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김 집사는 "유가족들은 아직도 우리의 자식들이 왜 죽었는지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교회는 이제 그만하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그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며 "아픔을 가진 이들과 함께 하고 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신앙생활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그는 "돈으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무마하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며 "교회가 전반적으로 유가족들의 편이 아닌 정부의 입장에만 서 있는 것만 같아 교인들 대부분은 교회 공동체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느낌 속에 실의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 집사는 "부디 우리 한국교회가 사회에 하나님의 의를 심을 수 있도록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히는 것에 함께 해주시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힘써주셨으면 한다"며 "교회가 지금까지 보여준 이런 식의 의식에 머물러 있다면 유가족 부모들은 교회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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