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없는 강성대국?

[ 김 대사의 북한 엿보기 ]

김명배 대사
2015년 04월 14일(화) 14:16

김명배
前 주 브라질 대사ㆍ예수소망교회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구호였던 "중요한 것은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는 널리 회자되는 표현으로서 국가 경영의 바탕이 경제임을 간결하게 압축하고 있다. 북한 위정자들이 아무리 체제 유지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 하더라도 체제를 뒷받침하는 하부구조인 경제가 견고하지 못하면 상부구조인 체제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경제적 뒷받침이 없는 체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체제의 내구력과 관성에 의해 버티고 있다고 할까. 

배급제가 폐지된 지 어언 20년, 평양 주민과 특수 계층에게만 차별적으로 배급이 주어지면서 인민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한정된 예산을 통치자금, 군사비, 핵무기 및 미사일 등 체제 유지에 투입하다 보니 나머지 예산으로 지배계층과 인민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태부족이다. 결국 지배계층에게만 특권을 부여해서 충성심을 확보하고, 인민에 대해서는 신분, 지역, 배급 등 '차별화'를 통치 수단화 하는 비상체제로 국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예산을 군사력 증강과 핵무기 개발에 투입해서 궁극적으로 남조선적화를 통해 경제위기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무리수를 구사할수록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될 뿐이다. 김정은 등장 이래 '핵-경제 병진정책'을 표방하지만 핵을 끌어 안고 경제 건설을 도모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허구에 불과하고, 내부적으로 개혁, 개방의 환상을 통해 주민들을 다독거리고, 실제로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전쟁 분위기를 조성해서 원조를 탈취하고, 선군체제를 통해 공포를 극대화해서 인민을 확고히 틀어쥐는 이율배반적 정책을 펴고 있을 뿐이다. 

90년대 초 배급제 폐지 이후 시장이 인민의 유일한 생존 수단으로 이미 뿌리를 내렸고, 2002년 시장 합법화 조치 이후 북한 사회의 변화는 과거로의 회귀가 불가능할 정도로 시장화가 정착되어 있다. 북한 위정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이념과 체제에 집착할수록 정치체제와 사회, 경제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인민의 불만이 쌓이면서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폭풍전야의 고요'가 수면 밑에 도사리게 될 것이다. 그간 한국을 비롯한 주요 원조 공여국들이 3대 후계체제의 안정 여부를 지켜 보는 관망적 입장을 취해 왔으나, 장성택 공개처형을 통해 선군총대의 공포정치를 지향하는 정권임이 극명하게 드러남으로써 원조제공의 명분과 실리가 상당부분 희석되었다. 핵 무기도 선군체제도 한정된 국가예산을 축내면서 붕괴를 자초하는 저해요소가 될 것이다. 김정은 등장 이후 2012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 2013년을 '싸움준비 완성의 해', 2015년을 '통일대전 완성의 해'로 표방하면서 핵 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부족한 예산을 쏟아 부을수록 경제는 더욱 침체의 나락으로 추락할 뿐이다. 

대남도발이 빈번해 지고 도발의 강도가 커지는 것은 김정은 정권이 아직도 안정되어 있지 못한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북한의 운명이 군사력에 치중했던 스파르타와 핵무기에 의존한 소련이 붕괴를 자초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장성택 처형 이후 사회의 큰 흐름이 '반 시장' '반 개혁'으로 선회하면서 1960년 대 인민의 사상화, 조직화, 동원화를 통해 혁명열기를 극대화하는 '천리마 운동'으로 되돌아가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대착오적 복고주의에 집착할수록 경제는 더욱 회생불가 침체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수령독재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선군체제를 동원한 철벽통제와 외부적으로 한국과 4강 모두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령독재체제는 외부적 요인(explosion)보다는 내부적 요인(implosion)에 의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체제가 살 길은 남조선 적화통일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공존'을 수용하는 것이지만 수령과 혁명이 절대적 존재사유인 수령독재체제의 속성에 비추어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다. 경제에 역행하는 공포정치가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재촉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결국 경제에 역행하는 공포정치, 이를 극대화한 선군체제가 수령독재체제의 운명을 재촉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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