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체사상의 '철벽성'

[ 김 대사의 북한 엿보기 ]

김명배 대사
2015년 04월 14일(화) 13:45

김명배
前 주 브라질 대사ㆍ예수소망교회

북한의 수령독재체제는 '수령 신격화를 바탕으로 한 유일영도체제'로 집약할 수 있다. '전당, 전군, 전민이 수령의 완전무결한 지시에 촌치의 착오도 없이 무조건 복종하는 전일화 사회를 지향하는 체제'라 할 수 있으며, 한 마디로 '주체사상의 철벽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수령 신격화'를 바탕으로 수령 지시의 완전성과 무조건 복종을 철칙으로 강조하는 '유일사상 10대 강령'에 주체사상의 철벽성이 용해돼 있다. 유일사상 10대 강령을 위반하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도 공포정치의 극단인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지므로 수령 지시에 항거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가 없다. 

수령과 혁명이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일 정도로 인민 생활을 철벽 통제한다. 이것이 극심한 경제 위기로 배급제가 폐지되고 수많은 인민이 굶어 죽으면서도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이다. 

지난 반 세기 이상 주체사상의 철벽성의 지배를 받아 온 북한 사회를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촌치의 착오도 용인치 않는 철벽성으로 인해 인민은 물론 수령 자신도 탈출구 없는 폐쇄회로에 갇혀 상당 기간 체제 자체의 내구력에 의존한 채 파국점을 향해 관성적 질주로 내닫고 있는 것이 오늘의 북한사회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정권이 수령독재체제를 폐기하지 않는 한 남북한 간의 모든 사안은 예외 없이 철벽성의 지배를 받게 된다. "남조선과의 대화는 유리한 협상고지를 점하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타협하자는 것이 아니오. 상황이 긴장할수록 (어려울수록) 주체적 자존심으로 버텨야 하오"라는 김일성의 대화, 협력 지침에서 촌치의 양보도 허용치 않는 주체사상의 철벽성을 확인할 수가 있다. 

대화든 협상이든 북한체제의 기본 노선에는 촌치의 양보도 있을 수가 없으며, 남한 입장에서는 협상자체가 양보의 시작일 뿐이다. 

수령독재체제의 철벽성, 또한 협상과 전쟁을 동일시 하는 공산주의의 전사적 협상관에서 비롯되는 당연한 귀결이다. 주체사상에서 연원하는 '남조선 배제정책'을 바탕으로 모든 실질적인 협상은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하고만 하되, '협상은 미국과, 돈은 한국으로부터'라는 도식을 철두철미하게 적용한다. 

북측이 수시로 내세우는 '남북 당사자 해결원칙'은 남조선 배제정책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선전적 용어일 뿐이다. 수령독재체제를 떠받치는 지주가 선군정치이고, 선군정치의 핵심적 요소가 핵무기이므로 협상에 의한 핵무기 폐기 가능성은 전무하다. 다만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의 원조탈취 수단으로서의 효용이 한계에 달하면서 핵 무기와 군비경쟁에 과다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붕괴를 자초한 소련의 전철을 밟고 있을 뿐이다. 체제유지를 최 우선시하는 북한 정권이 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 자유민주주의적 개혁, 개방을 추구할 가능성 또한 전무하다. 이 역시 수령독재체제의 철벽성에서 비롯되는 당연한 귀결이다. 

오히려 인민 경제를 생존 수준에, 국가 경제조차 연명 수준에 묶어 둔 채, 피폐된 산업시설의 복구와 신규 공장 건설을 포기한 채, 그때 그때 땜 막이식 임시 방편으로 우선 급한 불만 끄는 식으로 국가 경제를 운영하되, 지배계층에게만은 온갖 특권을 부여해서 충성을 확보하면서 오로지 남조선 적화통일에서 경제 위기의 근원적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것이 북한 위정자들의 속셈이다. 

'꺾일지언정 결코 굽히지 않는' 주체적 자존심으로 체제가 무너지는 순간까지 단말마의 발악으로 버틸 것이다. 지난 반 세기 이상 북한사회를 철벽통제 하면서 남북한 관계에 철두철미 적용해 온 주체사상의 '철벽성'을 결코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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