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교리를 모방한 주체사상

[ 김 대사의 북한 엿보기 ]

김명배 대사
2015년 04월 14일(화) 13:33

김명배
前 주 브라질 대사ㆍ예수소망교회

세상만사에는 명분과 실리가 있다. 주체사상 역시 마찬가지다. 주체사상의 골자는 '운명의 주인은 자신이다. 고로 운명을 개척하는 힘도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마찬가지로 혁명의 주체는 인민이다. 고로 혁명을 추동하는 힘도 인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얼핏 보아 인민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이는 명분(justification)에 불과하고, 김일성 유일독재체제를 확립하고, 북한 정권에 의한 '남조선 적화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이 실리(real object)라 할 수 있다. 

주체사상은 기독교 교리와 매우 흡사하다. 그 것은 김일성 자신이 골수 기독교 집안 출신인 사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김일성의 부친 김형직 장로가 기독교 계통 평양 숭실학교를 나와 역시 기독교 계통의 재령 명신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모친이 강반석 권사, 외조부가 강돈욱 장로, 작은 외조부가 강양욱 목사이고, 김일성 자신이 숭실학교 2년 중퇴 후 연변에서 자라던 시절 우리나라 초대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손원일 제독의 선친 손정도 목사가 시무하던 길림교회에서 주일학교 반사와 올갠이스트로 봉사했을 정도로 기독교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기독교 교리를 상당 수준 이해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994년 카터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의 에피소드가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카터 대통령은 김 주석이 골수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김 주석이 민망해 할까 봐 자신도 기도를 하지 않고 식사를 하려고 하자 김 주석이 "대통령 각하, 저를 위해 식사기도를 해 주십시오"라고 말해 카터 대통령이 적지 않게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신앙심에서 울어난 발언은 결코 아니었겠지만 본인의 신앙유무를 떠나 정치 지도자로서의 김 주석의 노회한 면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주체사상의 핵심은 수령론과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라 할 수 있다. 에베소서 1장 22절 하반절과 고린도 전서 12장 27절 말씀은 주님께서 교회의 머리요, 신도가 지체임을 가르치면서, 지체인 신도들은 머리이신 예수님의 가르침에 절대 순종할 것을 명하고 있다. '혁명과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수령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는 사회, 수령을 정점으로 전일화된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규정한 수령론의 전거라 할 수 있다. 요한복음 15장 5~6절에 예수님께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사람이 내 안에 거하지 아니하면 가지처럼 밖에 버리어 말라지나니 사람들이 이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 사르느니라"라고 말씀하셨다.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육체적 생명은 죽음으로 끝나지만, 수령으로부터 물려 받은 정치적 생명은 혁명과 더불어 영원불멸한 것'이라는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역시 상기 요한복음의 예수님의 말씀을 인용하고 있다 할 것이다. 특히 수령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사실 자체가 정치적 생명과 육체적 생존의 끝을 의미하며, 사실상 '사형선고'에 해당하는 북한의 사회실태 역시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내 안에 거하지 아니하면 밖에 버리어 말라지리라, 불에 던져 사를 것이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판박이로 모방하고 있다. 인민은 수령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사실을 가장 두려워하며, 생계, 생존에 얽매인 하루하루 생활 자체를 수령이 베푸는 은혜로 생각하고, 심지어 굶어 죽는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결코 수령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유언을 남길 정도로 극도의 공포분위기가 만연돼 있다. 

수령 지시의 완전성, 무오류성, 무조건 복종, 대를 이은 충성을 골자로 하는 유일사상 10대 강령 역시 10계명의 판박이다. 북한사회의 모든 문제는 불완전한 인간 수령을 완전무결한 신적 존재로 신격화하는 데서 야기된다. 김일성 혈족의 장기집권을 위해 기독교 교리까지 이용한 김일성의 파렴치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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