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없인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 특집 ]

양병희 목사
2015년 04월 14일(화) 13:22

양병희 목사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ㆍ영안교회


초등학교에 다닐 때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를 뽑으라면 단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어찌나 자주 많이 불렀던지 지금도 통일을 떠올리면 가사가 바로 입에서 맴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라는 곡조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러나 지금 이 노래를 주변에서 거의 듣기 어렵게 되었다. 10대, 20대 청소년들에게 통일에 대해 물어보면 '통일이 되면 좋고, 안 돼도 좋고'라는 식이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생존 경쟁에 내몰리는 이들에게 통일은 어찌 보면 뜬구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하나님이 세우신 반만년 숭고한 역사를 가진 한민족의 갈라진 세월을 잇는 일이 어찌 남의 일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통일이 우리 민족은 물론 주변국과 세계에도 '대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공감한다. 통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큰 이익을 남북한 전체에 가져다 줄 것으로 본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1국가 2체제'라도 통일을 하게 된다면 한국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이 상생 결합해 2050년에는 1인당 GNP가 8만 1462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통일이 가진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정치군사적 역학 관계와 북한의 3대 세습 정권을 고려할 때 평화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실현되기는 분명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통일 문제는 냉전시대처럼 정치와 군사적 방법으로만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서독이 동독을 포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상호 교류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었다. 1989년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린 것은 서독이 아닌 동독 주민이었다.
우리도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 체제의 장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한국을 선택하도록 하는 정책을 끊임없이 추진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남북 교류 협력이 확대되면 언젠가 북한 주민들은 한국의 체제가 우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오랫 동안 남북의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왔다. 한국교회만큼 통일을 염원하고 기도하는 교회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우리의 오랜 기도와 바람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가 점점 냉각돼 갈 때마다 '혹시 우리의 기도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하는 자책과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외면하시나'하는 의문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기도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통일을 맞아들일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이다. 바벨론 포로가 70년에 해방된 것처럼 올해는 남북통일의 발판이 놓이는 해가 되길 바란다. 이러한 때에 동서독의 통일은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보여준 롤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독일 통일 과정을 보면서 물리적 통일이 아니라 '사람의 통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독일 통일의 물꼬를 튼 것은 정치도 외교도 아닌 '교회'였다. 구 동독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에서 월요일마다 7명이 모여 기도한 성령의 불씨가 독일 통일의 역사를 이루게 된 것이다. 한국교회도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1만 교회 1백만인 기도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정오 12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단 1분만이라도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일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기도회가 그랬던 것처럼 남북 분단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통일의 미래를 앞당기는 불씨가 되리라 믿는다. 

통일을 이제 막연한 것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다.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필자는 한국교회 전체가 뜻을 모아 통일헌금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 신학을 정립해 왜 통일이 기독교에 있어 특히 중요한 과제인가를 설득하고, 각 교회마다 통일을 위한 기도를 쉬지 않아야 한다. 탈북자 2만8천명을 한 교회가 한 사람씩 맡아 책임지고 지원함으로써 그들을 미래 통일 선교 자원으로 활용하는 노력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한다.

서독 총리를 지낸 독일 통일의 주역 빌리 브란트는 "평화가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평화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평화의 사도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한반도에 평화 통일의 날을 속히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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