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어디로 갈 것인가

[ 김 대사의 북한 엿보기 ]

김명배 대사
2015년 04월 14일(화) 13:12

김명배
前 주 브라질 대사ㆍ예수소망교회


북핵문제가 국제 이슈화된 지 4반 세기가 흘렀지만 해결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6자회담(2003년 8월~2008년 12월)의 명분은 북핵 폐기에 있었지만, 실리는 참가국 모두가 각자의 국익과 전략을 추구하는 데 있었으며, 국내 정치적 발언과 외교적 수사(diplomatic euphemism)가 난무했다. '제사보다는 잿밥에' 신경을 썼다 할까. 세 차례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기정 사실화 되었고 (2011년 헌법 서문 명시), 핵 무기가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선군체제의 핵심이므로 체제가 무너지는 순간까지 핵무기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6자회담에는 수면 위에서 6자회담의 형식을 빌려 진행된 미북 간의 직접협상과 수면 밑에서 벌어진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라는 두 개의 흐름이 있었다. 북한은 주한미군철수와 원조탈취, 소위 2대현안 해소를 위해 북핵문제를 최대한 이용하면서 6자회담 자체를 비밀 핵 무기 개발의 은신처로 이용하고, 한미 간을 이간시키는 정치공작을 펴는 데 주력했다. 중국은 미국이 핵확산 방지 차원에서 동북아 특히 잠재적 패권경쟁의 대상인 일본의 핵 무장을 막을 것이라는 계산 아래, 겉으로는 북핵폐기를 주장하면서 내심으로는 안전관리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미국과의 패권경쟁에 대비해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북핵을 이용하는 중국 외교 특유의 2중성 (duplicity)과 모호성 (ambiguity)을 구사했다. 

특히 미국의 군사력이 이라크와 아프간에 과도히 분산 (overstretched)되어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제고하는 데 북핵문제를 이용했다. 그러나 이라크, 아프간 전쟁이 사실상 종결되고, 천안, 연평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아시아 중시정책(the pivot to Asia policy)'을 통해 동북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북한 미사일 방어를 구실로 미일 공동으로 대중 미사일 방어체제(MD system)를 구축하고, 일본 역시 북핵과 북 미사일을  구실로 군사대국화하고, 북핵문제를 평화헌법 파기의 동력으로 이용하면서 장차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대비하고, 미국이 대중 견제 차원에서 이를 지지하는 등 일련의 상황이 오히려 중국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수차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이 북핵문제 처리와 관련해서 동맹인 북한을 재끼고, 한국 편을 들어주리라는 생각은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간과하는 안이한 생각이다. 한중관계가 전에 없이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고,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중국의 내심은 미중 간의 가시적 패권경쟁과 중일 간의 잠재적 패권경쟁에 대비해서 한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이해 때문임을 유념해서 결코 사실 이상으로 과대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3차 핵 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더욱 강화되고, '이솝우화'의 효과라 할까, 핵 위협의 원조탈취 수단으로서의 효용이 한계에 달하면서 오히려 북한당국에게 핵이 예산만 축내는 부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냉전시대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핵 무기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붕괴를 자초한 소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것이 북한이 살 길이지만 경륜과 혜안이 부족한 김정은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설혹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핵 폐기 가능성은 전무하고, 원조탈취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 주요 원조 공여국들이 원조를 보류한 채 김정은 정권의 안정 여부를 지켜보면서 관망적 자세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급한 김정은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회담을 파국으로 몰고 가면서, 자신과 체제의 운명을 재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2대 현안 해소 수단으로서의 북핵의 효용성이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지면서 북핵이 김정은 3대 후계체제의 운명을 재촉하는 '아킬레스 건(Archiles' heel)'이 될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