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쌀에 돌이 들어있었을까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5년 04월 10일(금) 09:15

박병관

독일국제경영원 대표ㆍ경제학 박사

경제학자인 조지 애커로프는(George Akerlof) 기차를 타고 인도를 여행하던 중 특이한 일을 경험했다. 기차에서 쌀자루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쌀을 파는 상인들에게 쌀을 한 되 샀는데 숙소에 와서 밥을 해먹으려고 보니 쌀에 돌이 한 움큼씩 섞여 있었다. 잘못 샀겠거니 하고 여행을 계속하면서 다른 기차에서 쌀을 샀는데 이번에도 역시 돌이 많이 들어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밥해 먹기 쉬운 깨끗한 쌀인데 왜 사는 쌀마다 돌이 들어 있을까'하고 고민했다. 그리고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깨끗한 쌀을 시장에서 사라지게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문제 핵심은 공급자가 쌀에 돌을 섞는다고 할지라도 소비자에게는 이러한 부실한 쌀을 식별해 낼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여행지에서 사는 쌀이어서 나중에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항의하기도 어렵다. 즉, 쌀이라는 상품에 대해서 공급자가 소비자에 비해 월등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가 밥을 할 때 번거롭게 돌을 골라내야 할 뿐만 아니라 깨끗한 쌀을 시장에서 살 수 없게 된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한 굳이 이윤이 적게 남는 깨끗한 쌀을 공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쌀에 돌이 제법 들어가 있었다. 밥을 하기 전에 쌀을 씻는다는 것은 사실상 돌을 골라내는 작업이었다. 그러다가 미처 걸러지지 못한 돌을 씹으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치아가 상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쌀이 품종별 브랜드로 구분돼 소비자가 쌀의 품질을 식별할 수 있게 되면서 돌이 섞인 쌀은 팔리기 어렵게 됐다.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윤을 남기기 위해 상품을 일부러 변형시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정보력이 약한 소비자가 당장 보상해 주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돌을 섞은 쌀과 같이 정직하지 못한 제품을 만들어서도 안 되고 판매해서도 안 된다. 이러한 행위는 시장을 사라지게 해 우리의 삶의 질을 저하하는 원인이 된다. 동시에 정직한 공급자가 시장의 경쟁에서 손해 보지 않도록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곳에 정부 차원의 개선책들이 만들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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