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발명한 이유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5년 04월 10일(금) 08:55

박병관 박사
독일국제경영원 대표ㆍ경제학 박사

규율 중시했던 중세 수도사들
보다 체계적인 경건생활 위해
시간 측정할 수 있는 장치 고안

인간이 시간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오래 전부터다.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해의 뜨고 지는 시기를 시간의 기준으로 삼았다. 좀더 세분된 시간을 알고 싶은 욕망에 이집트와 우리나라 등에서는 해시계가 사용됐다. 하지만 자연에 의지한 시계들은 정확하게 시간을 구분해 주지 못했다. 해가 긴 여름에는 해가 짧은 겨울보다 낮의 시간이 길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시간은 권위 있는 제사장이나 왕이 주관적으로 결정하곤 했다. 장소와 사건에 상관없이 동일한 시간이 적용된다는 개념은 당시로써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연에 의지하지 않고 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계식 시계가 발명된 것은 중세시대 수도원에서였다. 수도사들은 매일 반복하는 경건 생활을 보다 엄격하고 규칙적으로 하길 원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기도하고 식사를 하는 규율 있는 생활을 하려 했지만, 어떻게 하면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누가 최초로 발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280년 경 여러 수도원에서 톱니바퀴와 시계추를 이용한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시계추가 움직이면서 톱니바퀴를 움직여 시계 바늘이 원을 그리도록 고안된 것이다. 비로소 인간은 낮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시간을 측정하게 된 것이었다. 수도원에서 발명된 시계는 성직자뿐만이 아니라 민중과도 공유됐는데 지금도 유럽에 가면 마을마다 중심부에 시계가 설치된 교회 탑을 볼 수 있다.

시계의 발명과 이로 인한 시간의 객관화는 인간의 사고 영역을 확대했을뿐더러 경제 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정확한 시간에 일터에 나가 주어진 시간만큼 일할 수 있게 됐다. 고용주의 기분이나 지주의 필요에 따라 들쑥날쑥 일하던 관행이 사라지게 되면서 생산성이 혁신적으로 향상됐다. 경제적으로 중세시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럽의 기독교 문화권은 이슬람권에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기계식 시계의 발명을 계기로 생산성 향상 이루어지면서 기독교 경제권은 획기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

오늘날 우리는 시간을 분초 단위로 구분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시계의 발명과 시간의 객관화가 경건한 신앙생활을 하고자 하는 필요에서 기인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은 부수적으로 주어지는 선물이었다. 우리가 구분하는 시간의 우선순위가 경건 생활보다 경제적 이익에 있다면 주객이 전도되지 않았는지 반문해봐야 하겠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