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경제 위기를 보는 시각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5년 04월 10일(금) 08:54

박병관 박사
독일국제경영원 대표ㆍ경제학 박사

유럽 경제 위기 상황 7년째 지속
기독교인들도 남유럽 지원 부정적
이웃의 고통 나누려는 노력 필요


유럽의 경제 위기가 발발한지 7년이 되어가지만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잠시 잠잠해지나 했더니 최근 그리스의 총선에서 좌파정당의 승리를 계기로 그 치열함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유럽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이 일부 유럽 국가들의 부채 상환능력을 의심하면서 시작됐다. 전 세계의 금융시장은 요동쳤으며 국제 금융시장의 신경망을 타고 국내의 주가와 환율도 롤러코스터를 타기 일쑤였다. 이들은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독일을 비롯한 북부 유로 지역 국가들의 천문학적 재정 지원으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데 이는 북유럽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독일의 기독교인들 역시 남유럽 지원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재정 지원과 초저금리 정책이다. 남부 유럽에 대한 재정 지원은 독일의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독일의 재정이 현재는 양호한 편이지만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국가 부채는 미래세대가 세금을 통해 갚아야 할 빚인만큼 그 자체로서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일이다. 또한 초저금리 정책으로 시장에 풀린 돈이 돌기 시작한다면 물가가 급상승하면서 실질소득이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물가 상승이 자산의 현재 가치를 축내는 일종의 도적질이라며 매우 부도덕한 일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유럽을 어찌해야 할까? 조심스럽게나마 이웃들을 긍휼히 여기는 신앙인의 마음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난 7년간 그리스의 제조업 생산량은 30%나 감소했으며 실업율은 26%로 치솟았다. 국민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에 장기간 내몰렸는데도 정부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남유럽의 문제는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로 묶여있어 위기의 해결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데 있다. IMF 사태 당시 원화의 평가절하로 신속히 수출을 증가시켜 위기를 극복했던 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로라는 단일 통화를 사용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은 평가절하시킬 자국 통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위기의 원인은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한 남유럽 국가들에 있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는 형제애를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정으로 남유럽의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남유럽의 재정 건전화에 대한 이행 약속을 확실히 받아내고 이를 제도화 함으로써 미래에 유사한 재정 부실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곤경에 빠진 이웃을 돕고 미래에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사는 길이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