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에게 받은 편지

[ 목양칼럼 ] 목양칼럼

한철완 목사
2015년 04월 06일(월) 18:14

지금은 과학의 발달로 전화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물론 편지도 사용하는 일도 있으나 전과 같지는 않다. 30~40년 전, 너와 나의 관계의 소식은 편지가 으뜸이었다. 필자도 많은 편지를 쓰고 받기도 하였다. 그 소식 중에는 기쁜 소식도, 슬픈 소식도 있다. 만약 내가 받은 편지를 보관했다면 아마 2톤 이상 될 것 같다. 목회 하면서 교인으로부터 받은 편지가 몇 통이 있는데 그 중에 네 통은 나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하는 편지다. 오늘 그 중 편지 두 통을 소개하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고자 한다.


몇 년 전에 항존직원(안수집사, 권사) 투표에 관한 일로 편지를 받은 일이 있다. 그 분량은 12장이나 되었다. 그 중 여섯 장은 자기 의견을 제시 했고, 나머지 여섯 장은 인터넷에서 뽑은 글을 함께 묶어 보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 세례 받고 집사가 되고 성경공부도 착실하게 한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직장관계로 타 지역에 갔다가 십 수 년 만에 돌아 온 성도였다. 그곳에서 안수집사의 안수를 받고 본 교회에서 아직 직임하지 않은 분이었다.


편지 받은 배경은 이렇다. 우리 교회는 안수집사, 권사 자격자를 당회에서 공동의회에 추천한다. 그 자격자는 헌법상 자격자이니 그 수가 자연히 많아진다. 그러나 숫자를 정하여 주니 공동의회에서는 정해진 숫자만큼만 뽑아주면 된다. 당회에서 추천한 자격자는 교회 명단에 있고 헌금의 의무도 하는 자로 예배와 봉사에도 빠지지 아니한 자이다. 그런데 추천자 중 한 사람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교회 다녔고, 부모 또한 다니고 있으며 교인 명단에 있기에 추천했다. 즉, 실종교인이 아니기에 추천한 것이다. 그런데 이 일로 계속 문제를 삼기에 "마음에 들지 아니하면 공동의회 때 뽑지 마세요"라고 했지만 끝까지 완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요기도회 후에 노란 봉투에 편지를 받았다. 편지 내용을 지상에 소개 할 수 없으나 '놈'자 외에는 모든 막말들이 다 기록되어 있었다. 순간 나는 감정을 다스릴 수 없어 한동안 힘이 들었다.


또 하나의 편지는 교회 중직으로부터 받았다. 그 내용은 마치 초등학교 일학년 담임이 이제 막 입학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듯 목사를 가르치는 내용이었다. 배울 수 있는 내용이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목회에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나는 참 불쾌하고 마음이 아팠다.


'어찌 인간으로서 최소한 예의를 지키면서 대화를 해야 하는데도 일방적으로 자기들의 의견만 제시하고 마는가, 생각하면서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를 그렇게 무시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교회법을 준수하고 상하를 아는 사람으로 노력하는데 그 노력이 헛수고인가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면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저들의 마음을 채우지 못해서 하나님 죄송합니다. 저에게 힘주세요. 기도 후에 편지 보낸 자를 불렀다. 그리고는 대화하고 잘해보자고 이야기하고 기도하고 보냈다. 내게 편지 쓴 네 사람 중에 한 분은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 세 사람은 타 교회로 옮겨 갔다. 이 일이 있은 후 사람이 무서워졌다. 그러나 순간 목사의 일이 사람을 대하는 일인데 그래서 심방하고 기도하고 상담하고 하는 일이 목회의 일부분이거늘 '사람을 무서워 피한다면 나는 목회자로 자격이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람과 더욱 가까이 하고 저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먹이는 선한 목자의 상을 심어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끝으로 하나님께 무릎 꿇고 조용히 기도드리면서 이제 교인들이 저에게 편지를 보내주신다면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내 주시기를 기대해 본다. "목사님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은 목사님 편이잖아요."

한철완 목사 / 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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